법률/투자 베트남 "기회는 많지만 만만치 않은 땅"
전 세계에서 국내 금융사(은행, 보험, 증권 등)의 현지법인이나 사무소, 지점 등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입니다. 2위는 베트남이죠.
베트남에서 한국은 중국과 함께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대거 몰려갔지요. 최근 들어서는 삼성전자의 핸드폰 공장처럼 중국에서 이전한 기업도 늘었습니다.
현지가이드는 "2년 전만해도 1000곳 정도였던 베트남 진출 국내 기업이 지금은 2500곳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들과 거래하려는 국내 은행들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면서 베트남은 국내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블루오션'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선고를 받은 상황이죠. 베트남 진출 은행이 많아진 것은 물론, 일찌감치 진출했지만 10년 이상 빛을 보지 못하던 국내 은행들도 호시절을 맞았습니다.
실제로 자본금 1500만 달러인 지점들의 경우 지난해에는 1000만 달러에서 1300만 달러의 수익(영업이익)을 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점점 상황이 만만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너도 나도 베트남에 진출하며 블루오션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 하나입니다. 베트남의 한국은행들은 주로 한국 기업을 상대하는데, 기업은 한정된 상태에서 은행만 늘어나니 한국에서의 과당경쟁이 베트남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한 국내은행의 하노이 지점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계속 성장해왔는데 이제 운용이 막힌 상황"이라며 "시장이 한계에 온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요즘은 부산은행처럼 금융위기 이후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했던 은행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여기에서마저 '파이 나눠먹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 베트남 정부의 규제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는데, 현지에서는 '성장 한계에 2가지 금융규제가 겹치며 외국계 은행의 손발이 묶였다'는 평가입니다.
첫째는 외국계 은행을 정 조준한 대출 한도 규제입니다. 올해부터 외국계 은행의 동일인 앞 여신제공 한도가 본점(한국 본사) 자본금의 15%에서 지점 자본금의 15%로 바뀐 것이죠.
국내 은행들의 자본금이 수조원대임을 감안하면 대출 규모를 사실상 무제한에서 20~30억 원으로 확 줄인 셈입니다. 외국계 은행이 충분히 많은 데다(2월 기준 지점 51곳), 자국 시장 잠식도 심해졌다는 베트남 정부의 우려가 그 배경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많은 외국계 은행들이 증자 또는 법인 전환을 고민 중입니다. 일본 SMBC와 OCBC, 중국의 차이나트러스트상업은행 등은 이미 증자를 했고 국내 은행들도 이를 고려중입니다. 다만 무조건 돈을 더 들인다고 영업력이 높아지느냐가 고민이죠.
두 번째는 은행들의 여신 증가율을 20%로 제한한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의 최대 고민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인데,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앞으로 규제가 더 빡빡해질 여지가 있습니다.
이 조치에 은행들은 상당히 당황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베트남 동화가 대폭 절하되며 외화(달러) 대출이 많은 베트남 외국계 은행들이 운신할 폭이 한 차례 줄어든 상황이죠.
한 관계자는 "자칫하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금을 빨리 회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며 "환율이 추가로 평가 절하될 수도 있는 등 예측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베트남은 국내 기업, 은행들에 기회의 땅입니다. 성장 잠재력이 크고 우리와 문화도 비슷해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만합니다. 무분별한 진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한 은행의 하노이 지점장은 꼭 이런 말을 써달라고 신신당부하며 장미 빛 환상을 경계했습니다. "베트남이 중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돈 가방만 갖고 왔다가는 울기 십상이다. 현지 은행들은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신중한 조사를 거쳐 변별력을 갖고 와야 한다."
머니투데이 : 2011.05.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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