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 한국과 베트남, 그 특별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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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도이머이(쇄신정책)와 한국의 민주화 이후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한국인들과 베트남인들 사이에 파고드는 한국 상품과 한국 문화가 크게 늘어났다. 작년 만해도 30만이 넘는 한국인들이 베트남을 방문하였으며,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한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상대국으로 가장 선호하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나 민간단체들의 개발협력활동에서도 베트남은 특별 취급을 받고 있다.
최대 도시 호치민시(구 사이공)를 가보면 교민이 4만∼5만명이 되어 마닐라, 자카르타, 방콕 못지않게 큰 한인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호치민인문사회대학에서 베트남을 배우려고 등록하는 한인 학생 수가 매달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베트남이 한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많은 한국인들을 받아들여 교민사회가 형성되기에 이른 것을 보면, 베트남 정부나 국민들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바가 많다고 생각함에 분명하다.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친밀감은 한국의 대중문화, 즉 '한류'의 적극적인 수용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남아에서 한류는 다른 나라들보다 5∼6년 앞서 베트남에서 시작되었다. 베트남의 한류는 비단 TV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영화, 대중음악, 한국어, 화장품, 치장법, 액세서리, 음식과 일반 한국 상품 등 일종의 '종합 패키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이 한류 현상을 보면 한국을 바라보는 베트남인들의 인식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동아시아순회토론회에서 만났던 역사학자 응웬 반 릭 교수는 베트남이 한국만큼 호감을 갖고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는 수만 명의 베트남인 신부와 노동자들이 들어 와 있다. 2006년에는 베트남에서 온 신부가 한국으로 시집온 전체 외국인 신부의 28%를 차지해 중국인 국적자를 꺾고 가장 인기 좋은 외국인 신부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은 일 잘하고 한국생활에 적응 잘 하기로 소문이 났다. 또 우리나라에는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있다. 일찍이 남의 나라를 미워해 반미.반일은 해 보아도, 어떤 나라를 너무 좋아해 모임을 만드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베트남(전쟁)에 대해 문학작품을 쓴 수십 명의 작가들은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결성하여 양 국민 간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특정 외국을 소재로 글을 쓰는 한국 작가들의 유일한 모임일 것이다. 동남아 역사를 전공하는 학자들 중에서도 베트남사 전공자가 제일 많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이 특별하듯 한국인들에게도 베트남이 특별하다. 흔히들 베트남 신부들이 돈 때문에 팔려 왔다고 하고 외국인 노동자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과 차별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있는 베트남은 각별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에 대적하고 프랑스나 미국을 이긴 강한 민족이라는 존경심이 있으며, 또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근면, 인내, 교육열 등을 베트남인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베트남이 중국문명을 받아들인 유일한 '문명국'이라고 여기는 모화주의자들도 있다. 베트남전쟁 참전조차도 한국 사람들에게 베트남에 대해 친밀감 같은 것을 갖게 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베트남과 한국이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베트남에서 한류의 유행이나 한국에서 베트남 신부나 노동자들의 인기를 보노라면, 양국의 문화 간에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요소들을 풍부히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전쟁을 예외로 한다면, 한국과 베트남이 적대적 관계에 놓였던 역사가 없고, 과거 중국에서 양국 사신이 만나면 특별히 반가워하고 존중했다 하니 서로에 대한 호감은 옛날부터 있었나 보다. 이러한 직접적인 역사적 관계 - 또는 그 부재 - 에 못지않게, 역사적 경험 또한 중요할 것이다. 양국은 공히 식민지배, 분단, 전쟁, 빈곤 그리고는 최근에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경험하였다. 경제에서 한국이 조금 앞서 있을 뿐이다. 난 이러한 요인들 외에도 한국과 베트남이 과거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었던 중국으로부터 비슷한 '문화적 거리'를 가진 주변부에 자리잡고 있었던 요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국제관계에서 진정한 친구를 찾기란 힘들지만, 양국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면서 대등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이 동북아에서 친구를 찾지 못했다면, 대국적 시야를 가진 베트남도 동남아에서 친구가 없다. 베트남과 한국이 지금 관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더 많이 협력하고 서로 소통하여 진정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양국이 동남아와 동북아를 이어 동아시아를 만드는 가교가 되고, 동아시아인 모두가 꿈꾸는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2007-07-21
최대 도시 호치민시(구 사이공)를 가보면 교민이 4만∼5만명이 되어 마닐라, 자카르타, 방콕 못지않게 큰 한인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호치민인문사회대학에서 베트남을 배우려고 등록하는 한인 학생 수가 매달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베트남이 한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많은 한국인들을 받아들여 교민사회가 형성되기에 이른 것을 보면, 베트남 정부나 국민들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바가 많다고 생각함에 분명하다.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친밀감은 한국의 대중문화, 즉 '한류'의 적극적인 수용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남아에서 한류는 다른 나라들보다 5∼6년 앞서 베트남에서 시작되었다. 베트남의 한류는 비단 TV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영화, 대중음악, 한국어, 화장품, 치장법, 액세서리, 음식과 일반 한국 상품 등 일종의 '종합 패키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이 한류 현상을 보면 한국을 바라보는 베트남인들의 인식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동아시아순회토론회에서 만났던 역사학자 응웬 반 릭 교수는 베트남이 한국만큼 호감을 갖고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는 수만 명의 베트남인 신부와 노동자들이 들어 와 있다. 2006년에는 베트남에서 온 신부가 한국으로 시집온 전체 외국인 신부의 28%를 차지해 중국인 국적자를 꺾고 가장 인기 좋은 외국인 신부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은 일 잘하고 한국생활에 적응 잘 하기로 소문이 났다. 또 우리나라에는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있다. 일찍이 남의 나라를 미워해 반미.반일은 해 보아도, 어떤 나라를 너무 좋아해 모임을 만드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베트남(전쟁)에 대해 문학작품을 쓴 수십 명의 작가들은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결성하여 양 국민 간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특정 외국을 소재로 글을 쓰는 한국 작가들의 유일한 모임일 것이다. 동남아 역사를 전공하는 학자들 중에서도 베트남사 전공자가 제일 많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이 특별하듯 한국인들에게도 베트남이 특별하다. 흔히들 베트남 신부들이 돈 때문에 팔려 왔다고 하고 외국인 노동자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과 차별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있는 베트남은 각별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에 대적하고 프랑스나 미국을 이긴 강한 민족이라는 존경심이 있으며, 또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근면, 인내, 교육열 등을 베트남인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베트남이 중국문명을 받아들인 유일한 '문명국'이라고 여기는 모화주의자들도 있다. 베트남전쟁 참전조차도 한국 사람들에게 베트남에 대해 친밀감 같은 것을 갖게 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베트남과 한국이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베트남에서 한류의 유행이나 한국에서 베트남 신부나 노동자들의 인기를 보노라면, 양국의 문화 간에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요소들을 풍부히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전쟁을 예외로 한다면, 한국과 베트남이 적대적 관계에 놓였던 역사가 없고, 과거 중국에서 양국 사신이 만나면 특별히 반가워하고 존중했다 하니 서로에 대한 호감은 옛날부터 있었나 보다. 이러한 직접적인 역사적 관계 - 또는 그 부재 - 에 못지않게, 역사적 경험 또한 중요할 것이다. 양국은 공히 식민지배, 분단, 전쟁, 빈곤 그리고는 최근에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경험하였다. 경제에서 한국이 조금 앞서 있을 뿐이다. 난 이러한 요인들 외에도 한국과 베트남이 과거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었던 중국으로부터 비슷한 '문화적 거리'를 가진 주변부에 자리잡고 있었던 요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국제관계에서 진정한 친구를 찾기란 힘들지만, 양국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면서 대등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이 동북아에서 친구를 찾지 못했다면, 대국적 시야를 가진 베트남도 동남아에서 친구가 없다. 베트남과 한국이 지금 관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더 많이 협력하고 서로 소통하여 진정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양국이 동남아와 동북아를 이어 동아시아를 만드는 가교가 되고, 동아시아인 모두가 꿈꾸는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200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