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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Weekly BIZ] "新사업 진출, 직관보다 과학적 분석을 믿어라"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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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호점 성공한 뚜레쥬르 전혀 다른 상권에 2~4호점…현지 특성 완전히 파악한 뒤 이제서야 대규모 투자 준비

 

글 로벌 시장 '공급초과' 상태 아무 연구없는 과감한 투자는 80년대에나 먹히는 성공 방법 자료축적·분석해야 독보적 성공

 

2010062501419_0.jpg 옛 속담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는 말이 있다. 일을 시작하면 망설이지 말고 빨리빨리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되는 의미를 가진 속담도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라는 말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신중하게 일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어느 이야기가 더 맞을까? 사실 하나가 맞고 다른 하나가 틀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을 신속하게 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신중하게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에서는 어떨까? 기존의 사업과는 전혀 다른 미지의 신사업 진출을 앞두고 고민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최고경영자가 과감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신속하게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하고 신중하게 조사를 해본 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까? 앞뒤 안 가리고 급하게 투자했다가 실패하지는 않을까? 고민하다 보면 시장진입이 늦어지는데, 경쟁자가 우리보다 빨리 시장에 뛰어들어서 시장을 선점할 수는 있지 않을까? 경영자들이 한 번쯤은 부딪히게 되는 상황일 것이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왜 뚜레쥬르는 베트남에 천천히 진출했을까?

 

CJ가 운영하는 제과점 뚜레쥬르는 최근 베트남에 진출했다. 그런데 CJ는 베트남에 진출하기 전 현지 지역 전문가를 파견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친 베트남인들은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 빵을 식사 대용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빵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다.

 

CJ는 이런 점을 충분히 검토한 뒤 뚜레쥬르의 현지 진출을 결정했다. 그리고 호찌민시(市)의 중심 상권에 자리를 잡고 있는 유명 제과점의 바로 이웃에 여러모로 차별화된 제과점을 개설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뚜레쥬르의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바로 이웃에 있던 제과점이 철수했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 뚜레쥬르는 자만하지 않았다. 2호점을 호찌민 최고급 백화점인 다이아몬드 플라자에 숍인숍(Shop in Shop) 모델로 개설한 것이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한국의 포스코 건설이 호찌민 중심가 성모 성당 바로 옆에 건설한, 상위 소득층 및 외국인들을 목표로 한 최고급 백화점이다. 1호점과는 전혀 다른 입지와 내방객들을 상대하는 시장에 2호점을 연 것이다. 또 다른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가 직장인들을 위해 개설한 주말 MBA 과정 학생들과 함께 해외 산업시찰의 일환으로 금년 2월 호찌민을 방문했다. 일정 중에 다이아몬드 플라자 방문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뚜레쥬르 매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한국으로 치면 최고급 백화점의 명품관 가운데 뚜레쥬르 제과점이 위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손님들이 어느 정도 찾아오는지 주의 깊게 살펴봤다. 양복을 입은 필자와 수십명의 MBA 학생들이 뚜레쥬르 주변을 빙빙 돌면서 지켰으니 현지 사람들 눈에 상당히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곳에서 쇼핑을 하던 화려하게 치장한 부인들이나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뚜레쥬르 빵을 많이 구입한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차별화된 빵을 원하는 수요가 고급 백화점에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뚜레쥬르의 기대가 적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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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기자

 

이런 성공 후에도 뚜레쥬르는 또 다른 실험을 계속했다. 전혀 다른 상권과 특성을 가진 지역에 3호점과 4호점을 개업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플라자가 아닌 다른 쇼핑몰들에서 입점 요청이 계속 됐지만, 뚜레쥬르는 당초의 계획대로 실험을 계속해 나갔다. 이처럼 현지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고 나서 지금에 와서야 CJ는 뚜레쥬르의 본격적인 대규모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분석이 과거보다 중요한 이유

 

이런 CJ의 사례는 서두르지 않고 철저한 연구를 한 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이다. CJ가 만약 철저한 시장 조사 없이 과감한 의사 결정을 내린 후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 베트남 곳곳에 매장을 한꺼번에 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그렇게 했더라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다른 회사가 성공했다고 해서 우리 회사도 꼭 성공하리라는 법은 절대 없다.

 

과거 한국 기업은 철저한 연구 없이 과감한 투자를 한 결과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1980년대까지의 한국은 고성장의 시대였으며, 공급 부족인 경우가 많았었으므로 이런 전략이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즉 신속한 생산에 의한 시장 선점의 효과가 중요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점차 저성장과 공급 초과의 시대로 바뀌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시장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예전에 성공한 방법이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제는 철저하게 자료를 분석해서, 분석 결과에 따라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 시대다.

 

연구 분석을 제대로 수행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트러스톤 자산운용은 설립 이후 수년 동안 여러 연기금의 주식 운용을 통해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 업적을 바탕으로 일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징기스칸 펀드'를 2008년 최초 발매한 이후 현재까지 매년 수익률 1위를 다투는 놀라운 운용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은 대개 펀드 매니저 한명이 평균 4개 이상의 펀드를 관리한다고 한다. 이러면 제대로 된 분석이나 연구를 수행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트러스톤의 경우는 무려 20명의 리서치 인력들이 오로지 단 한 개의 펀드만을 위한 리서치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펀드를 운용한다. 결국 열심히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인 것이다.

 

그 결과 '펀드런'이라고 불릴 정도로 펀드로부터 자금이 심각하게 유출되는 요즘도 징기스칸 펀드에는 상당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광고도 거의 하지 않는 군소 회사의 펀드일 지라도, 이제 해당 업계에서는 그 능력을 상당히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2009 WBC에서 우승한 이유

 

자료 분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로는 야구가 있다. 한국의 국보급 투수와 타자였던 선동열 감독과 이승엽 선수는 모두 일본 진출 초창기부터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성공 직후 곧 슬럼프를 겪었다. 두 선수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일본 야구단이 두 선수의 약점을 집중 공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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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에서 CJ가 운영 중인 제과점‘뚜레쥬르’매장. / 뚜레쥬르 제공 

 

두 선수가 한국에서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어도 이 단점을 파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설사 그 단점을 알았다 해도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단 1년 만에 두 선수의 약점을 모두 파악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이 낳은 최고 선수답게 두 선수 모두 이를 악문 훈련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하지만 자료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경기에 이용하는 일본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필자는 한국이 2009년 WBC 결승전에서 일본에 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을 격파했고, 결승전에서는 쿠바마저 꺾으며 금메달을 땄다. 류현진과 김광현이라는 두 어린 투수가 세계 최고라는 쿠바와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각광받았던 김광현은 WBC 1차 라운드 첫 경기에서 콜드게임 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불과 몇 개월의 시차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김광현의 장단점을 철저하게 파악해 약점을 집중 공격했기 때문이다. 하라 다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이 경기 전부터 "류현진과 김광현에 대한 분석을 끝냈다. 일본 선수들은 이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자신한 이유일 것이다.

 

철저한 자료의 분석은 이처럼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생활에서의 의사결정 시에 매우 중요하다.

 

다시 신사업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만약 신사업 분야가 기존 사업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이고, 익숙한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라면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고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여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려도 실패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뚜레쥬르의 경우처럼 전혀 모르는 베트남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면, 이런 시장은 우리가 아는 범위를 벗어난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에서 하던 그대로 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철저한 분석을 마친 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직관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의 시대이다.

 


 

조선닷컴 :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2010.06.26 0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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