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국제결혼, 베트남 현지조사’현지 마담들 거짓말로 현혹
Vina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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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중개과정 문제점...여러단계 거치면서 비용 오르고 정보 왜곡
[쿠키 사회]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며 이미 우리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이주여성. 지난 5월 행정자치부의 국내 거주 외국인 실태조사 결과 이주여성은 11만1834명에 달했다. 도내 국적취득 이주여성은 1250명이었으며 지난 4월 현재 법무부가 집계한 도내 거주 국적 미취득 이주여성은 3847명이었다. 도내에만 5000여명이 넘는 이주여성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여성의 90%가량은 실패한 결혼이라 말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주여성의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국제결혼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이주여성과 이주여성 전문가들이 최근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있는 베트남을 찾았다.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베트남 현지를 방문, 국제결혼과 이주여성의 삶을 들여다 본 아시아이주여성센터 이지훈 소장과 김란희 이사,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레티 브이엔 간사를 통해 국제결혼의 실태와 문제점, 국제결혼이 남긴 상흔, 제정 진행 중인 국제결혼중개업법의 문제점 등을 세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베트남 현지의 국제결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중개구조를 띄고 있었다. 국내에 중대형 결혼중개업체와 소규모·신생 결혼중개업체, 베트남 현지에서 이주여성을 조달하는 왕마담과 새끼마담들. 최소 4단계의 중개구조를 거친 뒤에야 국제결혼이 성사 단계에 들어선다. 이처럼 복잡한 단계는 국제결혼의 부대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결혼 당사자들의 정보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안고 있다. 국제결혼을 생각하는 베트남 여성들은 새끼마담 등을 통해 서류가 아닌 구두 상으로 남성의 정보를 얻는다. 결혼 시작단계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고 부풀린 말에 속더라도 서류가 없어 추궁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복잡한 구조에 따라 국내 남성의 결혼비용도 1000만원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다.
국제결혼 성사 구조의 일선에 있는 베트남 현지 새끼마담들은 농촌지역 여성들을 주된 영업대상으로 삼고 있다. 가난한 농촌 여성들에게 허황된 정보를 흘리는 한편, 부모에게도 50∼100만원 상당의 지참금을 들며 국제결혼을 부추긴다. 결국 학력이나 경제력이 너무도 취약해,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일념밖에 없는 농촌 여성과 부모를 현혹, 국제결혼을 성사시키며 이 과정에서 왕마담과 새끼마담이 일정액의 수수료를 남성과 여성측 모두에서 받아내는 것으로 이지훈 소장은 전했다.
남성과 여성이 첫 대면을 하는 과정에서도 부실한 통역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5∼10인 이상 집단으로 진행되는 대면과정에 단 한명의 베트남 현지 통역자가 나서 수적으로 부족한데다 이들의 한국어 실력이 개인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또 간혹 이주노동자로 일했던 남성이 통역으로 나서는 것으로 확인돼 통역과정의 부실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지훈 소장은 “최근 베트남 정부가 국제결혼 절차를 엄격히 하기 위해 사법부가 진행하는 내국인 남성의 인터뷰를 두 차례로 늘렸지만 오히려 뒷돈만 더 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베트남 현지에서 바라 본 국제결혼의 성사 구조는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면서 정보는 왜곡되고 비용은 늘어나는 비정상적 구조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200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