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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베트남 남부① 판티엣, 바람과 모래와 햇볕의 땅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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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무이네의 화이트 샌드 듄


베트남 최고의 휴양지는 열정과 흥겨움이 넘쳐나는 냐짱이다. 냐짱 남부에 자리한 판티엣(Phan Thiet)은 해변의 경관은 뒤지지 않지만, 고요하고 평온한 휴양지이다.


판티엣은 다소 생경한 지명이다. 하지만 여행깨나 했다는 사람이라면 '무이네(Mui Ne)'는 한 번쯤 들어봤을 듯싶다.


무이네는 행정구역상 판티엣 시에 속한 자그마한 마을이다. 번화가를 기준으로 두 곳 사이의 거리는 약 20㎞에 불과하다. 최근 뛰어난 시설을 보유한 리조트가 속속 생겨나면서 베트남에서 가장 뜨는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건조한 지방으로 꼽히는 무이네에는 광대한 사막을 연상시키는 사구가 있다. 사구는 모래 빛깔에 따라 화이트 샌드 듄과 옐로 샌드 듄으로도 불리는 레드 샌드 듄으로 나뉜다.


넓이와 미려함에서 화이트 샌드 듄은 레드 샌드 듄을 압도한다. 비록 무이네 마을에서 자동차로 30분을 더 달려야 하지만,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발이 푹푹 빠지는 사구를 힘겹게 걸어 봉긋한 꼭대기에 오르면 탄성이 터져 나온다.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과 대비되는 강렬한 풍경이다.


화이트 샌드 듄은 햇빛의 강도에 따라 모습이 시시각각 바뀌는 일출과 일몰 때 특히 아름답다. 그러나 해넘이보다는 해돋이의 풍광이 더 낫다. 태양이 뜰 무렵 흩뿌려지는 여명도 매혹적이지만, 밤사이 바람이 휩쓸고 간 덕분에 모래가 파도처럼 너울지기 때문이다.


모래 색깔이 붉기도 하고, 누렇기도 한 레드 샌드 듄에서는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화이트 샌드 듄보다 인기가 있어서 인파로 북적인다. 석양이 지면 모래가 더욱 불그스레하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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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무이네의 포사누 참 탑



◇ 참파 왕국의 유산, 마르지 않는 물줄기를 찾아서


마을에서 약 5㎞ 떨어진 언덕에 자리한 포사누 참 탑은 무이네의 유일한 문화재이다. 판티엣 일대는 본래 참파(Champa) 왕국의 일부였다.


참파 왕국은 베트남 중부와 남부에 말레이계의 참족이 세운 나라로 베트남 북부의 역대 왕조와 패권을 놓고 겨뤘다. 그러나 15세기부터 국력이 쇠퇴해 17세기쯤 소멸했다.


포사누 참 탑은 참족이 섬겼던 시바를 위해 세워졌다. 팔과 얼굴이 네 개씩 있는 시바는 힌두교에서 파괴와 생식의 신으로 통한다. 벽돌로 정교하게 세운 주탑 내부에는 시바를 위한 작은 제단이 만들어져 있다.


이네 사람들에게 포사누 참 탑은 해상에서의 안전을 기원하는 대상이었다. 어부들은 고기를 낚으러 가기 전,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탑이 구릉에 서 있어서 표식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반대로 탑에 발을 디디면 마을을 조망할 수 있었다.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는 몰라도, 오늘날 포사누 참 탑에 들러야 하는 이유이다.


포사누 참 탑과 사구에서 연상되는 색은 황토색이다. 나무나 꽃이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거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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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무이네의 '요정의 샘'



'요정의 샘'(Fairy Stream)으로 불리는 작은 개울도 매한가지다. 레드 샌드 듄에서 멀지 않은 요정의 샘은 물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불모지나 다름없다.


요정의 샘은 규모가 작은 협곡이다. 침식 작용으로 토양이 깎여 나가면서 골짜기가 형성됐고, 그 사이로 계수가 흐른다. 개울가는 한눈에도 퍼석거리는 황무지임을 알 수 있는데, 샘이 지속적으로 솟는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물이 바다로 내려가는 요정의 샘에서는 상류 쪽으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바짓단을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신발을 벗은 뒤 시내에 발을 담근 채 천천히 이동한다. 간혹 움푹 팬 곳이 있지만, 깊이가 종아리를 넘지는 않는다.


물빛은 흙이 섞여서인지 갈색을 띠는데, 20분 정도 나아가면 조금 투명해진다. 종착점은 물이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작은 폭포로, 요정의 샘에 대한 궁금증이 단번에 풀린다.



◇ 베트남 사람들의 소박한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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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무이네의 해변 풍경


무이네에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하는 까닭은 화이트 샌드 듄 외에도 어시장을 둘러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부터 조업에 나선 어선이 오전 5시부터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모래사장에서는 싱싱한 생선과 새우, 게, 바닷가재를 두고 어부와 주민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눈길을 잡아끄는 으리으리한 어판장 건물도 없고, 경매를 주관하는 사람도 없지만 해산물이 끊임없이 매매되는 모습이 이채롭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어시장에서는 활기와 생동감을 경험할 수 있다. 또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선박과 대나무로 짠 바구니배가 연출하는 장관도 목격할 수 있다.


무이네에는 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접안 시설이 없어서 해변에 가까워지면 바구니배에 생선을 옮겨 실어야 한다. 바다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는 바구니배는 베트남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귀한 구경거리다.


무이네를 포함한 판티엣은 사실 고기잡이로 이름난 고장이다. 그래서 판티엣의 특산물은 생선 소스인 '느억맘(Nuoc Mam)'이다. 생선을 발효시켜 만드는 느억맘은 베트남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가장 중요한 조미료이다.


판티엣에서 옹기가 눈에 띈다면 느억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요정의 샘 근처에는 항아리가 모여 있는데, 옆을 지나면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느억맘은 판티엣에서 제일 큰 장인 중앙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국에서 쌀국수를 만들거나 월남쌈과 튀긴 춘권을 먹을 때 유용하다.


판티엣 중앙 시장에서는 다채로운 식자재가 거래된다. 또 주전부리로 적당한 과일도 많다. 사탕수수를 갈아주는 '느억미아(Nuoc Mia)'와 코코넛 주스, 바게트에 고기와 채소를 넣은 샌드위치 '반미' 등 길거리 음식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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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판티엣 해변에서 책을 읽는 여행자





연합뉴스 :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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