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베트남 남부② 껀저, 맹그로브 우거진 생태계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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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껀저의 맹그로브 숲
뿌리가 기묘하게 생긴 맹그로브는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곳에서만 생장한다.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찌민 외곽에 위치한 껀저(Can Gio)는 청정한 자연의 상징인 맹그로브와 다양한 생물이 자라는 독특한 곳이다.
껀저는 호찌민 시내를 오가는 오토바이의 행렬을 뚫고 차로 1시간 남짓 달려야 닿는다. 도중에는 사이공 강을 건너기 위해 10분 정도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시골 사람들의 질박한 일상이 스며 있는 평범한 시골이다.
길손의 발길이 껀저에 이어지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2000년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맹그로브 숲을 만나기 위해서다.
베트남 껀저 맹그로브 숲의 원숭이
서울보다 넓은 700㎢에 이르는 맹그로브 숲은 식물 150여 종이 공생하는 녹색 지대이다. 맹그로브는 해변의 침식을 방지하고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껀저 생태 여행의 출발점은 서식하는 동식물과 역사를 알려주는 작은 박물관이다. 전시물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껀저의 환경과 지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물관을 나오면 흙길을 어슬렁거리는 원숭이들이 보인다. 발리 우붓의 '멍키 포레스트'처럼 원숭이들이 활동적이지는 않지만, 개체 수는 많다. 먹이를 사서 나눠줄 수 있는데, 빨리 건네지 않으면 공격하거나 몸에 올라타기도 한다.
악어는 껀저 맹그로브 숲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몸길이가 5m를 넘는 거대한 악어가 숲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나무 장대에 물고기를 걸어 흔들면 요지부동하고 있던 악어가 쏜살같이 낚아챈다. 입을 다물 때마다 쩌렁쩌렁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동물을 구경하고 난 뒤에는 작은 모터보트에 올라타 맹그로브 숲을 탐험할 차례다. 배는 구불거리는 수로를 빠르게 달리며 내밀한 풍경으로 안내한다.
베트남 껀저의 전쟁 유적지
맹그로브는 하늘을 가린 열대우림처럼 무성하다. 간혹 낮게 뻗은 가지를 피하기 위해 몸을 웅크려야 할 때도 있다. 10분 정도 물살을 가르면 이내 하선 장소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나무를 얽어맨 길을 따라 가면 껀저의 아픈 현대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껀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고엽제를 대량으로 살포했던 죽음의 땅으로 현재는 3대 혁명 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당시 미군에 대항했던 베트콩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과 전시물을 통해 전쟁의 공포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다.
베트남 껀저의 전쟁 유적지
연합뉴스 : 201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