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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결혼이주여성 40% 주 2~3회 밥 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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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국음식 입맛에 맞지 않는 등 적응 어려워


베트남 출신 레티 헌씨(27)가 한국생활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음식’이다. 그는 “콩이 발효된 된장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고 매운맛의 김치찌개는 난생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미역국은 끈적끈적한 느낌이라 싫었다고 덧붙였다. 2009년 한국에 온 그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 그는 “한국 음식에 적응하는 데 2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2007년 서울 도봉구에 정착한 휀 티투탄오씨(27)도 하루 1~2끼만 간신히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억지로 세 끼를 먹었지만 ‘살기 위해 먹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휀씨는 4년쯤 지나서부터 겨우 한국 음식에 익숙해졌지만 최근 음식 문제가 또 고민이다. 그는 “올해부턴 첫애가 초등학교에 진학해 식사지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한국 음식 정보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은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39.1%)이 한국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주 2~3회 이상 끼니를 거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일 밝혔다. 특히 10명 중 2명(19.6%)은 매일 한 끼씩 굶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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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거르는 주된 이유로는 절반이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였다. 국가 간 음식문화 차이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어 ‘직장일 등으로 바빠서’(18%)가 뒤를 이었다. 재단 측은 2011년까지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분석해 펴낸 건강증진총서를 통해 이 같은 실태를 발표했다.


결혼이주여성의 식생활 부적응은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혜원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9년째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의 건강 문제를 추적 조사한 결과 같은 거주지역의 한국인 여성들보다 영양소의 평균 섭취량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결혼이주여성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위험도도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결혼이주여성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식생활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한국 음식을 따르라는 식으로 대처하다 보니 식사를 못하고 건강까지 악화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상호동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정 교수는 “남편이나 시댁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출신국가 문화를 배우고 그 나라의 음식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광역시 중 처음으로 올해부터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영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내 거주 결혼이민자는 2008년 3만6542명에서 2012년 4만8597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7개 자치구의 보건소·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력해 베트남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정연희 서울시 건강증진과 주무관은 “우리 국민인 다문화가정에서 영양관리가 되지 않으면 10~20년 후 사회문제가 될 수 있어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 201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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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