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베트남, 中 전방위 압박에 ‘정중동’ 대응
베트남 정부가 최근 중국인 인명 피해가 난 반중시위 이후 강화되는 중국의 전방위 압박 공세에 냉정하고도 차분한 '정중동'의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의 남중국해 분쟁도서에 대해서는 외교전을 통해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는 한편 중국인 근로자들의 집단 철수와 투자자들의 동요 등 반중시위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19일 오후(현지시간) 신임 주 베트남 중국대사에게 베트남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며, 포괄적 협력관계를 증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특히 중국 근로자들의 철수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최근의 반중시위 사태가 경제 부문으로 확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들에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분쟁도서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정당하다는 기존의 입장도 적극 홍보하는 등 외교전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 베트남, 중국에 지속 협력 '신호' = 상 주석은 이날 새로 부임한 주 베트남 홍샤오용 중국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서 베트남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 항상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상 주석은 또 양국의 포괄적인 협력을 위해 중국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쭝 밍 뚜언 정보통신부 차관도 이날 "중국 대사관과 중국인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 관계기관이 중국 근로자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했다"며 중국 측에 적극 협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베트남 정부는 이날 자국 내 중국인 근로자 3천553명의 철수를 위해 북중부 하띤 지역의 항구 부근에 공안 병력을 대거 배치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띤에서는 베트남 근로자들의 반중시위 와중에서 중국인 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베트남 공안은 최근 반중시위 사태와 관련해 하띤에서만 96명을 체포하는 등 전국에서 모두 1천300여명을 검거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를 시위 선동과 기물 훼손, 절도 등의 혐의를 적용, 처벌키로 했다.
◇ 남중국해 분쟁 해결 '외교전'도 강화 = 베트남은 최근 가열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독립국가연합(CIS)에 협조를 요청했다.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날 베트남을 방문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CIS 회원국들이 남중국해 분쟁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상 주석은 아울러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기초한 협상에서 베트남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베트남은 이와 함께 필리핀, 미얀마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과의 공조관계를 구축, 중국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측통들은 이와 관련해 베트남이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지역 포럼에서도 국제사회에 사태해결을 위한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관측통은 특히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가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도 만나 공조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군, 국경 병력 집결설'은 사실과 다를 것" = 베트남 외교 소식통들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중국군의 국경 집결설과 관련해 과장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의견을 나타냈다.
이들 관측통은 과거에도 중국이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지만, 훈련 등 상시적인 활동에 그쳤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소식통은 베트남 정부는 외교를 통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인 만큼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측통도 양국이 경제와 정치 등에서 적잖은 연결 고리가 있는 만큼 상호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했다.
중국 정부의 근로자 철수조치와 관련해서는 베트남의 대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려는 전략적 포석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베트남이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캄보디아 당국은 최근 자국 국경을 통한 베트남 거주 중국인들의 철수가 약 1천600명으로 집계됐다면서, 그러나 19일부터는 상황이 진정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베트남 중국발 경제 충격파에 '전전긍긍' = 베트남은 최근의 반중시위 사태와 관련해 경제 부문에 미칠 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특히 당장 직접적인 충격파가 예상되는 관광산업 피해와 관련해 중국인 여행객 감소를 막는데 주력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외국인 여행객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 여행업체들에 대해서도 "최근의 반중 시위에 따른 관광 부문의 충격파는 없다"며 지속적인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약 757만 명 가운데 25% 선인 190만여 명으로 베트남 관광업계의 최대 고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트남이 값싼 중국산 설비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상황이어서 최근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양국 교역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양국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500억 달러를 웃돌았으며, 이 가운데 베트남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약 370억 달러로 집계됐다.
세계일보 :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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