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베트남의 한국기업
베트남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다. 반도국가라는 지정학적 위치나 외세의 침탈로 오랜 식민지 시절을 겪었고, 분단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점이 그렇다. 어순은 우리와 다르지만 대부분의 단어를 한자로 표기할 수 있는 언어적 유사점도 있다. 유교문화 전통이 강해 효를 중시하고 비중화권에서 공자를 모신 문묘(文廟)가 있는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뿐이다.
수년 만에 다시 찾은 수도 하노이에서 몇 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스카이라인이 몰라보게 높아졌고, 한국인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던 ‘한글버스’를 보기 어려웠다. 베트남 경제가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7% 성장한 결과다. 그러나 하노이를 벗어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채 200㎞도 안 되는 거리를 자동차로 3∼4시간 가야 하는 도로 사정 등 사회 인프라는 열악했다.
최근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은 두 번째 투자국이고, 현지 한국 기업이 베트남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구숙련공난’이다. 베트남에는 마이스터고 같은 기술계 고등학교가 없다. 아직도 사농공상(士農工商) 인식이 뿌리 깊어 대학진학률은 25% 안팎에 불과한데 모든 고교가 인문계다. 사정이 이러니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고, 인문계고 졸업생 기술교육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하노이 인근 삼성전자 박닌성(省) 공장의 경우 베트남인 직원의 95% 이상이 북부 출신이다. 지역감정이 심해 옛 남북 베트남을 경계로 왕래가 거의 없어서다. 북부에 자리한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현지인을 고용할 때 북위 17도 이남 지역에는 공고를 따로 내지 않는단다. 뽑아봐야 텃세 때문에 오래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 기업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높은 이직률이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교육을 시켜놓으면 회사를 떠나는 노동자가 많다고 한다. 삼성전자 박닌성 공장만 해도 이직률이 40∼50%에 이른다. 특히 명절이 지나면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급증해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소연이다. 생산성도 한국 공장의 86%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이 베트남을 찾는 까닭은 우리의 10%밖에 안 되는 값싼 노동력 에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인은 “한국에는 제조업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애국 차원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 판단해 달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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