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한국신문 ‘시간의 앙금’으로 빚은 황금빛 지하궁전… 베트남 퐁나케방 국립공원의 동굴과 지하강

비나타임즈™
0 0

베트남 중부지역의 꽝빈성에 위치한 퐁나케방 국립공원은 5억년 전 고생대부터 형성된 아시아 최대의 카르스트 지형으로 넓이가 2000㎢에 이른다. 이곳의 산봉우리들은 오랜 세월에 걸친 풍화작용으로 닳고 닳아 여인의 젖가슴처럼 둥그스름하다. 수줍은 듯 운무 속에 숨은 낮은 산봉우리가 중중첩첩 수묵화를 그리는 원시림 속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동굴만 무려 300여개. 하나같이 인간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하는 대자연의 걸작품들이다.


201407310200_14170922747915_1.jpg



 2003년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퐁나케방 국립공원의 최대 볼거리는 지하강에 형성된 퐁나 종유동이다. 베트남 중부 관광도시인 후에에서 동허이를 거쳐 퐁나 종유동까지는 육로로 4시간 정도. 10여명이 탈 수 있는 모터보트로 어린이들이 발가벗고 미역을 감는 손 강을 30분쯤 거슬러 오르면 퐁나 종유동 입구가 검은 입을 벌리고 있다.


 이곳부터는 뱃사공이 손으로 노를 저어 지하동굴로 들어간다. 원뿔형 모자 논(Non)을 쓴 처녀뱃사공의 노 젓는 소리와 관광객들의 탄성이 흐르는 지하동굴은 고개를 숙일 정도로 천장이 낮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수십 미터 높이이다. 지하강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지하광장은 동굴탐험을 마친 관광객들이 강과 연결된 땅 속의 동굴을 둘러보기 위해 하선하는 선착장 역할을 한다.


 지하광장의 명물은 물 위에 우뚝 솟은 5m 높이의 석순. 수억년 동안 석회석 성분의 물방울이 떨어져 생성된 짙은 황토색의 석순이 검은 수면에 반영을 드리우고 있다. 노 젓는 처녀뱃사공의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지하동굴의 생김새는 더욱 기기묘묘해진다. 천장에는 종유석과 박쥐들이 과일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회색 동굴 벽을 빼곡하게 채운 석주는 은은한 조명으로 더욱 신비롭다.


 보트를 타고 20분쯤 들어가면 막다른 동굴이 나온다. 지하강의 길이는 4㎞이지만 보트 탐사가 가능한 구간은 700∼800m 남짓하다.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첫 번째 광장에서 하선하면 동굴 입구까지 200여m 구간에 20m 높이의 석주를 비롯한 동굴생성물들이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베트남전쟁 당시 북베트남군의 은신처와 무기고로 이용된 종유동은 신비롭다 못해 꿈속을 거니는 느낌이다.


 퐁나 종유동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티엔등 동굴은 퐁나케방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동굴로 지난 2005년 발견됐다. 호칸이라는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후 탐사를 거쳐 2010년부터 일반에 개방된 티엔등 동굴의 확인된 길이는 아시아 최장인 31㎞.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황홀경으로 인해 파라다이스 동굴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티엔등은 베트남어로 천국이라는 뜻. 


꽝빈성 보짯현에 위치한 티엔등 동굴을 관람하려면 매표소에서 전기차를 타고 원시림 속을 2㎞ 정도 달린 후 구불구불한 산길을 500m 정도 걸어야 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원시림이 토해내는 습한 기운 탓에 숨이 턱에 닿을 때쯤 산 중턱에 위치한 티엔등 동굴이 시원한 냉기를 내뿜는다. 


지하강의 퐁나 종유동과 달리 티엔등 동굴은 입구는 좁지만 태고의 암흑 속으로 몸을 들여놓는 순간 황금빛 지하궁전의 황홀한 풍경이 숨을 멎게 한다. 입구에서 바닥까지 설치된 수백 개의 급경사 나무계단은 5억년 전의 시공으로 안내하는 블랙홀 같은 존재. 눈앞에 펼쳐지는 믿기지 않는 초현실적 풍경이 마냥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나무계단 중간쯤에는 수천 마리의 해파리가 붙어 있는 형상의 거대한 석주가 시간여행을 떠난 탐방객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계단을 따라 설치된 유도등 불빛이 반딧불처럼 초롱초롱한 동굴 속에는 도깨비 방망이를 세워놓은 모양의 석순, 표주박을 닮은 종유석, 동굴 내부의 미세한 기압 차이와 물의 흐름이 변화되면서 생성된 기형종유석의 장관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티엔등 동굴의 광장은 높이 100m에 폭이 150m로 고층아파트 몇 동이 들어설 정도로 넓다. 동굴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을 수놓은 무수한 동굴생성물 중 으뜸은 직경 5m에 높이가 20m쯤 되는 범종 모양의 석순과 석순을 둘러싼 다랑논 모양의 휴석소로 황금으로 만든 종과 논을 연상하게 한다. 


드넓은 지하궁전을 다양한 형태의 동굴생성물로 조각한 예술가의 이름은 물과 시간. 방울방울 떨어지는 동굴수가 커튼 모양으로 발달한 커튼종유석, 베이컨을 얇게 썰어놓은 모양의 베이컨시트, 여왕의 왕관을 연상하게 하는 동굴방패의 정교한 조각 솜씨가 돋보인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종유석들은 거대한 샹들리에를 연상케 하고, 그리스 신전의 코린트 양식 기둥보다 화려한 석주는 직경이 2∼3m로 그 자체가 ‘시간의 앙금’들이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자란 곡석,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든 동굴진주 등 동굴의 벽면과 천장을 장식한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석주를 비롯한 다양한 동굴생성물들이 보물창고를 연상하게 하는 티엔등 동굴의 개방 구간은 약 1㎞. 개방 구간을 6㎞ 더 확장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열대 원시림의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 석회암과 만나 창조한 지하세계는 더욱 황홀해질 전망이다.


 동굴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의 석회 성분이 굳어져 만들어진 석순은 1㎜ 자라는데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티엔등 동굴에는 높이가 수십 미터가 넘는 석순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5억년 동안 숨겨왔던 황금빛 속살을 살짝 드러낸 퐁나케방 국립공원의 티엔등 동굴은 ‘느림의 미학’이 빚은 지구의 위대한 조각 작품으로 오늘도 열대 원시림 속에서 나날이 키를 더하고 있다.




쿠키뉴스: 2014-07-31


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