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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中 노총각들 우르르 동남아로… 한국 노총각 '결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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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총각 3000만명… 신붓감 찾아 해외로, 해외로

中 노총각 문제 왜 심해졌나
강력한 산아제한·男兒선호 영향
일부 연령 미혼男, 女보다 2배 많아

국제결혼 시장서 '中 경쟁력' 위협적
결혼중개업체들 동남아로 대거 진출… 노총각들은 통 큰 씀씀이로 '어필'
"동남아 처녀들 싹쓸이해갈 가능성"

정부 규제 강한 한국이 불리하지만…
경제·생활 수준 상대적으로 아직 높고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이미지 좋은 편


경남 창원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이정모(가명·42)씨는 올 초 베트남에서 스무 살 현지 여성과 맞선을 봤다. 여성은 고교를 졸업하고 부모의 벼농사를 돕고 있다고 했다. 키가 163㎝ 정도로 훤칠했고 얼굴도 예뻤다. 이씨는 마음에 쏙 들었고 결혼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은 첫 만남 이후 자취를 감췄다. 다른 한국 남자를 만났다는 소식도 없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만남을 주선했던 국제결혼중개업체 대표는 "한 달 후 베트남에 가서 수소문해보니 그 여성은 중국 총각에게 시집갔다고 하더라. 이씨와 맞선 볼 때 중국 남성과도 맞선을 보며 둘을 비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여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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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총각 '결혼 비상' 일러스트]일러스트 = 김성규 기자

 


여자가 없어 불만 폭발 일보 직전인 중국 노총각들이 동남아로 몰리면서 한국 노총각들 결혼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오랫동안 한국 노총각들의 '희망의 땅'이었던 동남아에 대륙의 구애(求愛)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선 요즘 노총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이에 따라 해외에서 신붓감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노총각의 해외 진출은 한국 노총각의 결혼 앞날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국제결혼 시장에 나오는 동남아 미혼 여성들을 싹쓸이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남아 현지 결혼중개업체에서도 "이미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동남아 처녀들, 중국으로 눈 돌려

작년 말 캄보디아에선 한국 입국을 기다리던 예비 신부 100여 명이 마음을 바꿔 중국으로 시집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한국 남성과 맞선을 보고 결혼하는 꿈을 꿨지만 결혼이민비자(F-6)를 받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지체되면서 중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F-6 비자를 받으려면 기초적인 한국어 실력을 갖춰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 보통 6개월~1년 정도가 걸린다.

요즘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태국 등 동남아에선 한국행을 생각했다가 중국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예비 신랑은 자신의 짝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비 신부에게 훨씬 더 정성을 쏟는 건 기본이다.

베트남·라오스 전문 국제결혼중개업체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베트남 처녀들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총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요즘엔 한국 남성과 현지 결혼식을 올리고도 중국으로 다시 시집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중국 노총각들의 '경쟁력'도 위협적이다. 실제 소득·생활 수준은 어떤지 몰라도, 동남아 현지에선 통 큰 씀씀이를 과시한다. 베트남에선 결혼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신랑이 신부 측 부모에게 사례금 형식의 돈을 주는 게 관례다. 한국 사람은 300~400달러를 주지만 중국 신랑은 1000달러 이상을 건넨다고 한다. 식당에서 팁을 줄 때도 한국 남성은 10만동(약 5000원), 중국 신랑은 50만동 이상을 준다.

중국의 결혼중개업체들이 현지에 대거 진출해 활개를 치면서 한국 업체들은 고사(枯死)를 우려하고 있다. 필리핀·베트남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10년간 운영했다는 이모씨는 "몇 년 안에 중국 업체가 완전히 시장을 장악할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한국 업체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경기 수원에서 국제결혼중개 일을 하는 박모(49)씨는 "8개월 전쯤 우즈베키스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베트남은 중개비가 1000만~1500만원 정도지만 우즈베키스탄은 2000만~2500만원 정도로 중개비가 비싸고 중국 시골 노총각이 아직 서구형 외모를 낯설어 하는 탓에 이곳에선 중국 업체와 경쟁할 일이 아직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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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의 혼인 건수 / 중국 남녀 출생 성비]
 


중국 노총각 3000만명… 동남아 처녀의 블랙홀 되나

중국의 노총각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정책과 뿌리 깊은 남아선호 때문이다. 덩샤오핑 집권 전후부터 30년 넘게 중국은 '독생자녀제(獨生子女制)'를 실시했다. 한 가구당 자녀 한 명만 낳도록 했다. 어기면 벌금을 물거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중국의 남녀 비율은 1982년 1.08대 1에서 2008년 1.21대 1까지 올랐다. 이 비율은 작년 1.16대 1로 조금 낮아졌지만 일부 연령층에선 미혼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다. 현재 중국 노총각은 30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중개 일을 하는 이모(59)씨는 "이들이 동남아 쪽으로 왕창 몰려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노총각들이 해외 신부를 구해 오는 것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한국은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지만 중국은 한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베트남 현지에서 활동하는 중국 결혼중개업체 관계자들은 "중국 남성과 맞선 보면 그날로 국경 넘어 중국에 갈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은 과거 한국 업체들이 썼던 기법도 동원하고 있다. 노총각 10여 명을 데리고 가 40~50명 이상의 현지 여성과 단체로 미팅·맞선을 보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국제결혼 업체 관계자는 "중국 국력이 커지면서 중국 업체들은 현지에서 각종 불법적인 행사나 영업을 해도 법망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베트남·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 반도 지역에서 그 위세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등에선 한국인이 국제결혼 중개를 하면 인신매매 혐의로 처벌받지만 중국 업체는 처벌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

국제결혼중개업 관계자들은 당분간 한국 노총각들이 중국 노총각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당장은 배우자를 못 구할 정도는 아니라도 만남의 기회는 줄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제도적인 차원도 불리하다. 국제결혼을 하면 5년 이내에는 다시 국제결혼을 할 수 없고 현지 신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실력을 가져야 비자를 딸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울 곳은 별로 없는데 어느 정도 한글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높은 벽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중국은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인 국제결혼 추세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인의 국제결혼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 2005년 3만719건으로 전체 결혼의 13.5%를 차지해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 노총각들이 꽤 많이 결혼에 성공했고, 강력한 정부 규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남성들이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의 경제·생활 수준이 상대적으로 아직 높고, K-팝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남성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국제결혼중개업자는 "중국에 시집간 동남아 여성 중에선 심지어 윤락업소에 팔려간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이런 소문이 빠르게 돌고 나면 어려워도 한국행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당장 가기 쉽다고 중국행에 나서는 사람도 있겠지만, 멀리 봤을 땐 기본적 인권과 생활수준이 보장되는 한국을 선택하는 동남아 여성들도 많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조선닷컴 :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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