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이러다가 다 나가냐”… 삼성 가전라인 잇단 이전 ‘우려’

삼성전자 광주공장 세탁기.냉장고 라인 베트남 이전… 지역산업 '휘청'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가전 제품 생산라인 이전에 대한 지역사회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냉장고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보내기로 한데 앞서 이미 광주사업장의 세탁기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해외로 이전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세탁기 라인의 해외 이전은 가동 중이던 생산라인을 빼냈다는 점에서 냉장고 라인과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를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에 더욱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가동 중이던 라인 폐쇄

냉장고 라인의 경우 광주사업장의 3개 생산라인 중 김치냉장고를 생산했던 1개 라인만 철거했다.

김치냉장고 수요가 국내만 있고 겨울에는 가동하지 않은 유휴설비여서 나머지 라인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하지만 세탁기 라인은 냉장고 라인과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광주사업장에는 세탁기 생산라인이 2개 뿐인데 이 중 1개 라인을 폐쇄했다.

특히 유휴설비가 아닌 가동 중이던 생산라인을 해외 이전을 위해 빼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한층 크다.

회사측은 세탁기 생산라인 2개를 그동안 주간에만 가동했는데, 남아있는 라인 1개를 주야간에 계속 돌리므로 기존 인력과 생산량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회사측 설명에도 협력업체와 지역사회는 생산량 감축과 이에 따른 인력 감소, 협력업체 물량 축소 등이 이어져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다.

◇ 이전할 생산라인 또 있나

세탁기와 냉장고뿐만 아니라 광주사업장의 다른 생산라인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팽배해 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광주사업장과 비슷한 규모의 가전 생산기지를 조성하면서 광주사업장의 주요 가전 생산품목을 줄줄이 이전해 가는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투자액은 무려 20억 달러(2조3천370억 원)로 복합생산단지는 호찌민 동부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70만㎡ 규모로 들어선다.

지난해 5월 착공해 올해 5월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되는데 TV뿐만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라인이 설치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광주사업장의 세탁기 일부 생산라인을 멕시코로 돌렸다가 국내로 가져와 다시 중국으로 옮겼으며, 2014년에는 청소기 생산라인을, 이번에는 세탁기와 냉장고 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해 이같은 우려를 키웠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냉장고 생산라인 해외 이전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더이상의 추가 이전은 없다며 세탁기 라인의 이전 사실을 감춰 신뢰마저 무너진 상태다.

◇ 뒷북 대응에 묘책도 없어

광주시와 지역경제단체 등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냉장고 라인에 이어 세탁기 라인의 해외이전 마저 터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까지 직접 나서 회사 차원의 입장 발표와 후속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연일 협력업체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뒷북'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윤 시장이 지난 8일 광주사업장을 방문한데 이어 21일에도 삼성그룹 고위관계자와 만나 지역경제에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삼성전자는 22일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윤 추구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기업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를 막을 수도 비난할 수도 없다는 시각도 있다.

1989년 설립된 광주사업장에는 4천900명이 근무하며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해 연매출 4조8천억원을 올리고 있다.

광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17.5%를 차지할 정도로 광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연간 지방세 납부액도 300억원에 달해 광주지역 사업체 중 1위다.

연합뉴스 : 201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