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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삼성전자 빈자리 대비하는 광주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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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등 채산성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베트남으로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진정 아쉬운 건 저희가 진작에 뜻을 모아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논의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광주 지역 TV, 모니터 제조사인 '인아'의 백희종 대표는 이달 초 광주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광주 가전산업 산학연관 포럼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100여명이 모인 강당에서 백 대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보다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백 대표의 말은 삼성전자 광주 공장 일부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날 백 대표와 광주 지역 기업인들은 대기업에 매달리기보다 자력 생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광주 공장은 광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18%가량을 책임진다. 1차 협력업체 50여개사와 2·3차 협력업체 120여개사가 삼성전자에 기대고 있는 구조다. 협력업체들은 대기업 한 곳에 의존성이 높은 단순 생산기능 위주로 구성돼 있다. 협력업체들이 떠나는 대기업을 향해 호소하거나 비난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배경이자 이들의 자립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광주 기업인들은 업종 전환과 체질 개선이 급선무라고 했다. 정부와 은행의 자금 상환 기간 연장과 같은 금융 지원은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아편을 주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백 대표의 인아는 숙박업소, 병원, 학교 등 대기업 손길이 닿지 않는 틈새시장에 TV와 모니터 완제품을 공급하기로 했고, 세탁기 부품을 공급하던 대신전자는 광의료시장에 진출했다. 에어컨과 냉장고 부품 제조기업인 태일전자는 차량용 조명으로 눈길을 돌렸다.

광주 협력업체들의 힘을 한데로 모아 중견기업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흩어졌을 때는 생존하기 어려운 기술들이 한데로 모였을 때는 힘을 낼 수 있다는 게 이 계획의 취지다. 이를 구현할 사업으로는 공기청정기 등과 같은 '스마트 에어가전'이 꼽혔다. 또 가전 제조에 필요한 핵심 역량이 자동차 부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육성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광주 기업인들의 시도는 주목할 만 하다. 대기업이 떠난 자리만 쳐다보는 산업공동화(空洞化)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범용 제품이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할 수는 없다. 광주 공장이 만드는 백색가전의 이익률은 2%에도 못 미친다. 세계 가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월풀과 일렉트로룩스의 이익률과 비교하면 30분의 1, 2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삼성전자가 인건비나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베트남으로 향하는 이유다. 물론 삼성전자가 떠나지 않을 수 있다면 최선의 방안이겠지만 한국과 베트남의 생산비용 차이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만 비난할 수는 없다.

2000년대 초반 제조업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을 때 소니 등 일본 전자회사들은 산업공동화론에 굴복했다. “기업이 떠나가면 일자리도 없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10년 후 이들 기업은 수천명을 정리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고 일류에서 밀려났다. 잠깐의 고통을 피하려다가 더 큰 병을 얻은 셈이다.

광주 기업인들이 삼성전자가 떠나가는 빈자리에 뿌린 씨앗들이 새싹을 틔우길 바란다. 

 

 

조선비즈닷컴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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