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고공행진’ 동남아 증시… 환율 출렁이면 위험
가파른 경제성장률 바탕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상승세
美 금리·中 증시 등 변수 따른 급등락 가능성은 주의해야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동남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따른 충격 이후에 글로벌 증시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데, 동남아 증시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있다. 베트남 대표 주가지수인 VN지수는 올 1월 520선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60선까지 다시 올라왔다. 6개월 상승률이 26.7%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JCI)도 12일 장중 5100선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필리핀·태국·싱가포르 증시도 최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각국 증시 상승세의 바탕은 가파른 경제성장이다. 지난달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2%, 인도네시아는 5.1%에 달한다. 각각 세계 14위(약 9500만명), 4위(약 2억6000만명) 인구 대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고, 실물경제 성장이 증시를 비롯한 자본시장 전반의 활기로 번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까지 가세해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동남아 성장에 '직접 투자' 급증
글로벌 투자자들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선진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신흥 시장에 오히려 주목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지역은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 수요 의존도가 한국·대만보다 낮아 투자 매력이 더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동남아 신흥국의 성장성에 기대감을 갖고 움직이자, 국내 투자자들도 동남아 신흥 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베트남 증시 217개 종목에 364억원, 인도네시아 증시 95개 종목에 222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작년 6월에 비해 각각 91%, 134% 급증한 수치다.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 요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거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손쉽게 인도네시아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인도네시아 주식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개설했다. 또 최근엔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인 텔레코뮤니카시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국영 은행 BRI 등 유망 업종 대표주 5개를 추천 종목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베트남 현지 법인을 통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주식 주문·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
동남아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고무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흥 아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4%로, 국내 주식형(-0.7%)이나 해외 주식형(-6.5%)보다 훨씬 높았다. 지역별로는 브라질(35.5%)과 러시아(17.4%)를 제외하곤 가장 높았다.
올 3월 설정된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는 순자산 484억원에 최근 3개월 수익률도 8.4%에 달한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신흥 아시아 펀드 40개 가운데 삼성아세안플러스베트남펀드(15.4%) 등 수익률이 10%가 넘는 펀드가 무려 18개로, 전체의 45%에 달한다. 이밖에 국내외 증시에 상장된 동남아 신흥국 관련 ETF도 인기다.
그러나 신흥 증시인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도 있다. 동남아 신흥국들은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부실하고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편이라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증시 급락 등 글로벌 경제 변수가 요동치면 급등락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 환율의 출렁임에 따라서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직접 투자를 할 때는 국내 중개 증권사의 비싼 수수료도 고려해야 한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남아 신흥 증시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며 "기업 환경이 열악한 편인데 관련 정보는 부족한 만큼 증권사 보고서 등을 잘 활용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고루 갖춘 기업을 잘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 2016-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