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TPP 폐기되면 글로벌 기업 투자 철회 ‘불안’ 미국 對러 경제제재 완화는 베트남에 호재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 첫 100일간 추진할 정책에서 미국의 재앙이 될 환태평양경제 동반자 협정(TPP)의 탈퇴를 선언했다. 과연 TPP의 탈퇴는 베트남에게 호재일까?
“미국에 잠재적 재앙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 100일간 추진할 정책을 제시하는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TPP는 미국,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12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다. 트럼프의 행보는 아시아에서의 미국 입지를 강화할 주춧돌로 TPP를 추진해온 오바마 대통령과 반대된다. 트럼프는 TPP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등 미국의 재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TPP의 최대 수혜국가로 꼽혀 왔던 베트남은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TPP가 발효될 경우 수입관세와 무역장벽 철폐 효과로 베트남의 GDP가 2025년까지 약 13.5% 증가할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 기준 413억달러인 미국-베트남 간 교역액은 2020년까지 약 5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TPP 폐기를 공언해 온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TPP 최대 수혜국으로 꼽혔던 베트남 경제에 악 영향이 예상된다. 사진은 베트남 거리 모습. /조선일보 DB
대미 수출 차질 불가피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사실상 TPP가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베트남은 더 이상 TPP수혜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TPP로 인한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베트남진출을 적극 검토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글로벌 기업들이TPP 발효를 전제로 추진한 투자계획을 철회할 경우, 베트남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경제와 수출에 FDI(외국인 직접투자) 기업군의 기여도는 막대한 수준인데,매년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총수출액 대비 FDI 기업군의 수출액 비중은 2011년 49.4%에서 2015년 68.2%로 증가했다.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오른쪽)는“TPP 참여 여부에 관계없이 베트남은 글로벌 경제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베트남의대미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칠 경우 미국 관세는 상향 조정될 수 있다. 베트남 전체수출액에서 대미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0.7%로 미국은 베트남 수출시 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 품목 중 관세인상이 예상되는 품목은 섬유·의류, 신발, 컴퓨터, 전자제품, 휴대전화, 목재·목제품, 기계·장비 등 수출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품목들이다.
베트남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로, 2015년 베트남 경제 성장에서 수출 기여도가 8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베트남 경제성장률 감소까지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 전략 변화로 베트남 무역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환율 조작 등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 등을 비판하면서 중국 수입품에 징벌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만약 이 조치가 실행된다면 중국은 베트남을 포함한 제3국을 통해 대미 수출을 시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중국산 철강이 미국의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기도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경우, 미국은 우회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제3국 제품에도 고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석연료(석유·석탄 등) 개발에 나서면 세계 원유 시장에 공급과잉을 일으켜 국제 유가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베트남에 위기요인이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수출국이자 수입국인 베트남은 전체 재정수입에서 원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7% 수준이다. 미국의 원유 개발로 원유 수출이 줄어들면 베트남의 원유를 통한 재정수입은 감소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유가와 원부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베트남 현지 기업의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국내 생산과 소비 활성화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 TPP 관계없이 글로벌 경제에 참여할 것”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완화에 따른 러시아 경제 회복은 베트남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러시아 관광객수가 증가하고, 대러시아 수출물량이 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자가 올해 취임 후 러시아 제재를 완화할지 검토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초대 국무장관에 친(親)러시아 인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한 점도 눈에 띈다. 틸러슨 회장은 2011년 러시아와 에너지협력협정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지난 10월 5일에는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국가들의 경제협력체인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베트남 간 FTA가 발효됐다. 앞으로 베트남과 EAEU 간 통상협력관계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는 미국 대선 결과와 TPP의 미래에 대해 묻는 국회 질문에서 “베트남은 TPP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으며, TPP 참여 여부에 관계없이 글로벌 경제에 참여하려는 의지 또한 변함없다”고 답했다. 또한 “현재 12개 FTA를 보유하고 있으며, TPP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을 비롯, 지금까지 체결한 협정 이행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이코노미조선 180호에서 발췌했습니다.>
Plus Point
베트남과 RCEP 협상
베트남은 현재 여러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추진하고 있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도 참여하고 있어 TPP 폐기가 베트남 통상 여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 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CEP가 발효될 경우 베트남의 대중국 교역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의 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하는 일종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중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2015년 최종 타결을 목표로 2013년에 협상이 시작됐지만 주요 국가들이 TPP로 기울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TPP 폐기를 공언해왔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중국은 RCEP를 통해 아·태지역의 무역질서를 재편할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RCEP가 체결되면 역내 인구 34억명, 무역규모 10조1310억달러(1경원), 명목 국내총생산 (GDP)은 19조7640만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18조달러)과 유럽연합 무역규모(EU·17조6000억달러)를 능가하는 규모다.
조선닷컴 : 20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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