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한국신문 베트남 사람들은 왜 커피에 연유를 탈까

비나타임즈™
0 0
찜통더위가 기승입니다. 이런 날 생각나는 커피 한 잔이 있습니다. 여기보다 더 더운 나라, 베트남에서 마시는 연유커피 ‘카페 쓰어 다(ca phe sua da·사진)’입니다.

AA.14434914.1.jpg


이번 알쓸커잡(알고보면 쓸데있는 커피 잡학사전)에서는 그들의 역사만큼이나 쓰디쓴, 베트남 커피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베트남 커피는 쌀국수집 후식으로 한두 번 접해본 게 다였는데요. 얼마 전 여름 휴가로 베트남 중부 지역을 다녀온 뒤 왜 연유커피가 ‘국민커피’가 됐는지 알게 됐습니다. 36도의 높은 기온, 5분만 걸어도 옷이 흠뻑 젖어버리는 상황에서 마시는 ‘달콤쌉쌀’한 카페 쓰어 다는 세포를 깨우는 마법 같은 한 잔이었습니다. 부지런하고 생활력 강한 베트남 사람들의 힘이 이 커피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니까요.

'커피 고향'은 에티오피아…한 때 '사탄 음료' 탄압받기도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입니다.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를 훨씬 앞서는 커피 대국이지요.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1857년, 프랑스 사제가 커피를 처음 들여왔습니다. 지금은 커피 재배 인구만 100만 명을 훨씬 넘지요. 전 세계에서 베트남처럼 빠른 속도로 커피 농업이 발전한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로부스타 품종이 80%라,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아라비카보다 품질은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커피시장을 장악한 커피믹스에 베트남산 로부스타종이 많이 쓰이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의 베트남 커피 수입량은 한해 2억~3억t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의 커피 문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왜 커피에 연유를 섞었을까요. 19세기엔 신선한 우유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랍니다. 적은 양의 우유를 설탕과 끓여 만든 연유는 유통기한이 1년 정도로 깁니다. 100여 년이 지나며 베트남 커피 문화는 독창적이고, 소박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연유커피 외에도 코코넛밀크 스무디를 올려주는 코코넛 커피 ‘카페 두아(ca phe dua)’, 에그 커피와 소금 커피 등도 만날 수 있습니다.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원액만 나오는 ‘카페 다(ca phe da)’를 주문하면 되지요.

베트남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하이랜드커피’, 공산국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콩카페’ 등이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커피 가격도 1000~2500원 선. 커피만큼은 식민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베트남에선 글로벌 회사들도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호주 글로리아진스는 진출 10년 만에 철수했고, 스타벅스도 2013년부터 지금까지 호찌민과 하노이에 30여 개 지점을 여는 데 그쳤습니다.

한국경제 : 2017-08-04

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태그 :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