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베트남 공산당 "개혁은 안정적으로"

경제위기 불구 응우옌떤중 총리 예상밖 유임
당서기장엔 응우옌푸쫑 선출

베트남 공산당이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처방으로 `점진적 변화와 안정`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부를 선출하고 주요 정책 방향을 심의하는 베트남 공산당 제11차 전당대회가 19일 8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폐막했다.

이 회의에서 베트남 공산당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개념과 용어를 만들어낸 경제이론가인 응우옌푸쫑 국회의장(67)을 신임 당서기장으로 선출했다. "국영기업이 구심체가 돼 경제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주창한 그는 권력 서열 2위인 국가주석과 3위인 총리를 거중 조정하게 된다. 국가주석에는 쯔엉떤상 공산당 중앙서기국 상무위원장(61)이 새로 선출됐다. 쯔엉떤상 신임 국가주석은 오는 5월 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하반기 중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한다.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응우옌떤중 현 총리(61)가 정치국 위원에 다시 선출돼 사실상 유임됐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에서 당서기장은 권력 서열 1위이지만 실제 권력은 크지 않으며 국가주석이 군사와 외교를 담당하고 서열 3위인 총리가 내정과 경제 전반을 맡는다.

따라서 응우옌떤중 총리는 최근까지 퇴진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비나신 사태와 물가 폭등, 동화 평가 절하 등 경제난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총리가 그 화살을 비켜가기 힘든 구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응우옌떤중 총리의 이번 유임 결정은 이변으로까지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전당대회는 변화 대신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게 특징"이라며 "응우옌떤중 총리 유임으로 오는 7월께 출범할 새 정부도 큰 변화 없이 점진적으로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응우옌떤중 총리가 유임된 배경에는 베트남 내 `권력 3인방`인 당서기장ㆍ국가주석ㆍ총리가 한꺼번에 물러나면 국정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베트남 경제를 뒤흔든 비나신 사태만 보더라도 응우옌떤중 총리 개인 능력 부족이나 비리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동정론`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에 응우옌떤중 총리는 권력 3인방 중 유일하게 유임에 성공함에 따라 권력 서열상으론 3위지만 사실상 국정 최고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물가 안정이나 통화제도 개편 등 경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도 응우옌떤중 총리의 유임을 환영하고 있다. 응오테찌에우 푸르덴셜 베트남 펀드매니지먼트 대표는 "응우옌떤중 총리의 유임이 시장 전반에 긍정적"이라면서 "정부가 리스크를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증시도 응우옌떤중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닷새 연속 상승해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지난 25년간 추진해 온 도이머이(개혁ㆍ개방 정책)를 지속하는 내용의 정치 보고서도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2020년까지 베트남을 현대적인 산업 국가로 탈바꿈한다는 선언과 함께 국영기업(SOE)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원칙`이 다시 강조됐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연평균 7.7%씩 경제를 성장시켜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밖에 최고지도부인 정치국원이 선출하는 중앙위원회 위원 정족 수를 16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하고 여성, 소수민족, 젊은 층 등 상대적인 약자층의 당내 영입을 대폭 추진하며 자본가들에 대한 선별적인 입당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MK뉴스 : 2011.01.20 07:2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