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김우중 베트남 번쩍, 중국에 번쩍 세계는 넓고 은퇴는 없다?
연초부터 김우중 <사진> 전 대우그룹 회장의 노출이 잦아지고 있다. 좁게는 대우맨(대우그룹 출신 기업인) 사회에서, 넓게는 재계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먼 저 베트남 . 김 전 회장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알려진 나라다. 현재 산업은행 소속인 대우건설은 지난 9일 베트남 하노이호텔을 갖고 있는 현지법인 대하의 지분 70%를 팔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대우하노이호텔은 사무실, 아파트 등 3개 건물로 이뤄진 하노이의 랜드마크. 대우그룹 회장 시절 김 전 회장이 만들었다. 사겠다고 나선 곳은 롯데그룹. 사고팔면 될 것 같지만 문제가 있다. 호텔의 지분 30%는 베트남 정부 기업 하넬이 갖고 있다. 이 회사가 권리를 넘기겠다고 해야 매각이 가능하다.
◆롯데에 이미 한 번 도움 줘
베트남의 한인 사이에서는 이 과정에서 김우중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롯데와 대우건설은 "소문일 뿐"이라고 부인하지만, 전례가 있다. 롯데는 2009년부터 하노이호텔 길 건너편에 '하노이 시티 콤플렉스'를 짓고 있다. 1만4094㎡(4263평) 땅에 백화점, 호텔, 사무실을 짓는 대역사(大役事)다. 하노이호텔까지 인수하면 이 지역 일대가 완벽한 롯데타운이 된다. 김 전 회장은 롯데가 이 부지의 사업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와 롯데, 또 다른 회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대우그룹이 한창일 때 베트남에서 맺은 인맥을 활용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소문의 요지다.
며 칠 뒤에는 아예 공식 석상에 등장한 모습이 보도까지 됐다. 그가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과 중국의 항만개발회사 르린그룹(日林集團) 간의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한 것이 지난 11일 공개됐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중국측 인사의 면담 당시 한국측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 중국 언론 동영상에서 확인됐다. 식후 기념 촬영도 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우리도 행사 하루 전 중국측으로부터 김 전 회장이 참석한다는 얘기를 통보받았다"며 "양해 각서 체결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역할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에 김 전 회장이 강연을 할 일이 있었는데 우연히 참석하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측의 말을 100% 믿는다고 해도, '랴오닝성 성장의 초대를 개인적으로 받는'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다시 증명됐다.
대 우세계경영연구회도 움직이고 있다. 대우맨들의 모임으로 2009년 창립됐고, 작년 8월엔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회원은 약 3000명. 연구회는 가칭 '글로벌청년사업'이라는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내 실업자의 해외 취업·창업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도 연구회 모임에 참석해 청년 실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연구회는 올 3월 정기 총회를 갖는데, 김 전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향력의 원천은
김 전 회장은 징역형(8년6개월)에 대해서는 사면을 받았지만 추징금 17조9253억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어떻게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
우 선 해외에는 간접적으로는 행사 가능한 자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과거 대우그룹이 진출한 국가는 약 110개국. 그룹은 채권단, 정부에 의해 해체됐지만, 관련된 모든 자산과 권리를 다 파악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대우맨들이 많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99년 당시 개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사가 어려웠던 베트남, 중국, 동구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국내 에서는 대우맨들 자체가 힘이다. 대우는 한때 수만 명의 직원이 일했던 재계 2위의 그룹이었다. 한 대우맨은 "김 전 회장은 대우가 붙은 회사나 대우 출신 인사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뚜렷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요즘은 '미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 정도인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김 전 회장의 존재감이 당분간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조선일보] 2011년 01월 22일(토) 오전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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