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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매경데스크] 삼성 본사 베트남에 옮기면 누가 책임질 건가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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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베트남 하노이시 호앙호아탐 1번지에 자리 잡은 베트남 총리 공관. 공관 접견실에서 만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다음날 열리는 매경 베트남포럼의 취지에 대해 공감하고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베트남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키운 한국 기업에 대한 애정 표시였다. 한국은 베트남 직접투자 1위 국가다.


대담을 마친 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이 담긴 제안서를 총리에게 전달했다. 제안서는 매경 베트남포럼을 앞두고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였다. 베트남 총리는 이 보고서를 받자마자 즉석에서 "연구해보겠다"고 화답했다. 

다음날 찐딘중 베트남 부총리가 매경 베트남포럼 본행사장에 나타났다. 이날 행사에 한국 정부 대표는 차관급이었지만 이런 의전을 생각하지 않고 부총리급이 행사장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란 게 현지 평가다. 

찐딘중 부총리는 본행사 개막식에 앞서 가진 티타임에서부터 한국 기업인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먼저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핫라인을 개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창구로 베트남상공회의소(VCCI)를 지목했다. 

찐딘중 부총리는 티타임에 참석한 한국 기업인들과 일일이 기업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듣고 답을 줬다. 이어진 개막식 연설을 통해 세제, 인허가, 인프라 등 분야에서 애로사항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듣다 보니 부총리의 언급 내용들은 매일경제가 전날 총리에게 전달한 건의사항이었다. 거론하는 항목과 순서마저 유사했다. 

미루어 짐작건대 전날 푹 총리에게 전달한 우리 기업들의 건의사항이 그대로 부총리에게 전달되었고 이 건의사항을 연구하라는 총리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부총리는 전날 전달된 우리 기업들의 건의사항을 유관부처별로 개선점을 찾겠다는 답변도 해줬다. 베트남 외교부 관계자도 매경 측이 전달한 건의사항이 즉시 부처별로 배분돼 처리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찐딘중 부총리는 이날 "시간이 허락하면 참석한 한국 기업인들과 술이라도 한잔했으면 한다"는 말로 우리 기업인들에게 한국식 친근감도 표시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행정부 수장인 총리에 이어 `넘버2`인 부총리의 한국 기업 사랑을 물씬 풍기는 대목이다. 

포럼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 상황은 베트남 총리나 부총리의 기업사랑 분위기와 달리 기업 패싱(passing·무시)을 넘어서 기업 배싱(bashing·때리기)에 가까웠다. 다음달 초 대한상의 주최 재계 신년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1962년부터 상의가 주최한 이 신년인사회는 경제계 인사를 비롯해 정관계, 외교관과 문화계 인사 등 10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새해 초부터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다. 대통령도 매년 참석해 대통령이 경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가늠하는 상징적인 행사란 점에서 지난 55회 행사 동안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사례는 3차례에 그쳤다. 

`국정농단 사건`의 트라우마나 노동계 눈치도 감안해야 했겠지만 대통령이 매년 참석하던 행사에 불참한다는 건 사건이나 다름없다. 경제인 신년회에 가다 보면 바쁜 국정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불참 사유로 들려온다. 청와대로 각계 대표를 불러 별도 신년인사회로 대체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판에 기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을 무시해도 한참 무시한 판단이다. 기업을 거의 적폐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베트남 행정부의 실권자인 푹 총리가 나서서 한국 기업들을 칭찬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하노이의 기억`과는 대조적이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 대표 기업에 한국에 있는 본사를 하노이로 옮기라고 하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더욱이 기업에서 법인세를 더 걷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고용을 늘린다는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한다면 외국 정부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요즘 기업인들은 애국심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들을 더 이상 자극한다면 `코리아 엑소더스`가 눈앞에 펼쳐질 분위기다. 우리 기업들은 이달에만 베트남에서 2번의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일자리 늘리기는 물론 1인당 소득 3만달러 달성, 그리 쉽지 않다. 

매일경제 : 20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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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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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 같으면 선진국, 국미소득 높은 나라엔 기업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11:27
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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