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락앤락, 베트남에 둥지 틀고 세계 시장 공략
베트남 호찌민에서 동남쪽 방면으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연짝공단. 베트남 최대의 공업지역인 연짝에서도 락앤락 공장은 규모 면에서 다른 공장들을 압도했다. 락앤락은 2009년 완공한 1공장에 이어 작년 12월에는 2공장까지 지으며 베트남에서 생산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총 7만㎡(약 2만1000평)의 대지에 6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락앤락 연짝공장은 전 세계 수출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락앤락 세계 경영의 중추 기지가 바로 베트남이다.
▲ 호찌민에서 차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락앤락 연짝공장. 연짝은 베트남 최대의 공업지역이다. 락앤락 공장 바로 옆에는 포스코 공장이 들어서 있다. ◆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온 수출기지 지난 1일 락앤락 연짝공장은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도 쉴 새 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플라스틱 사출기 78대에서 하루에 27만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특히 물병과 도시락통, 바스켓처럼 락앤락 제품으로는 생소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 연짝공장을 맡고 있는 황윤곤 락앤락 이사는 "베트남은 도시락 문화가 발달해서 물병과 도시락이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사출공장은 기계를 한 번 돌리면 쉬지 않고 돌려야 한다. 기계가 한번 멈추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600여명의 현지 직원들이 3조 2교대로 계속해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78대의 사출기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1, 2공장 사이에는 조립생산공정이 별도로 있었다. 조립생산공정은 락앤락의 세계 경영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천편일률적인 제품으로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국가별로 생기는 요구 사항을 조립생산공정에서 처리하고 있었다. 이영조 락앤락 생산팀 부장은 "나라에 따라 품질표시 부착 위치, 종이라벨 부착 여부에서부터 디자인까지 요구 사항이 천차만별"이라며 "이를 맞추기 위해 조립생산공정은 필수"라고 말했다. 락앤락은 2009년 영업법인과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재 연짝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동남아, 영국, 프랑스, 미국, 브라질 등 전 세계 7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홍기현 락앤락 베트남법인장은 "중국이 매년 30%씩 인건비가 비싸지고 있고, 베트남은 아직 법인세 혜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수출기지를 옮기게 됐다"고 밝혔다. 호찌민에서 남쪽으로 30분 거리에는 5만㎡(약 1만5000평) 규모의 물류센터가 지어지고 있고, 연짝공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붕따우에는 내열유리 공장이 건설 중이다. 락앤락은 한국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내수시장에 돌리고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설립 2년 만에 베트남이 락앤락의 최대 수출기지가 된 것이다.
◆ 베트남 상위 1%를 잡아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시대가 가고 마빈스(MAVINS·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와 시베츠(CIVETS·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대가 오고 있다. 브릭스와 달리 생소한 마빈스와 시베츠는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국들이다. 그리고 이 마빈스와 시베츠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 국가가 베트남이다. 약 87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베트남은 매년 100만명 이상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소비욕구가 강한 젊은 층과 여성이 많아 골드만삭스가 성장가능성이 가장 큰 소비시장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락앤락은 베트남에서 철저하게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에게 락앤락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고급 브랜드다. 정윤창 락앤락 해외영업부 부장은 "똑같은 제품을 베트남에서는 한국보다 평균 2.5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회원제로 매장을 운영해 베트남 상위 1%만을 대상으로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장에서 상영하는 TV 광고에서는 한국어가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이것도 한국어를 통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상위 1%만을 대상으로 장사가 될까 싶었지만 지난해 락앤락은 베트남 내수 판매만으로 77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 매장이 다 열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출 2년 만에 올린 성과다. 락앤락은 2013년에는 베트남 내수 판매로 6000만달러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락앤락은 현재 베트남에서 23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고, 125개의 할인점에 입점해 있다. 주로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에 집중돼 있다. 락앤락은 앞으로 영업망을 중부지역과 2~3선 도시로 확대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를 베트남을 확실하게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어글리 코리안은 잊어라 최근 들어 연이은 베트남 신부 살해 사건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도 베트남 최대 일간지인 ‘Tuoi Tre’에 한국인 남편에게 53번 칼에 찔려 살해당한 베트남 신부 이야기가 실렸다. 베트남을 새로운 교두보로 삼은 락앤락에 반한 정서는 안 좋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락앤락은 베트남 현지 직원들과의 소통에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 지난 3월부터 3조 2교대 근무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3조 2교대 근무는 직원들을 3개 조로 나누고 주간 근무(06:00~18:00)와 야간 근무(18:00~06:00)를 번갈아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A조가 월~목을 주간근무로 일한 뒤, 금요일에는 교육(월 1회)을 받고 토요일은 쉬는 방식이다. 교육이 없는 주에는 일주일에 이틀을 연속으로 쉴 수 있다. 황윤곤 이사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베트남 직원들이 3조 2교대 근무방식을 크게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우수 인력을 한국에 데려와 교육하는 락앤락 장학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미 3명의 락앤락 장학생이 베트남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MBA 과정을 받은 뒤, 락앤락 베트남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밖에 베트남 어린이들의 그림을 물병 디자인에 쓰고 판매수익을 기부하는 러브보틀(Love Bottle), 베트남 초등학교 교실증축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닷컴 : 2011.06.06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