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기체 '휘청'…간 큰 무자격 조종사 덜미
무자격 조종사가 여객기를 몰다 김해공항에서 대형 사고를 일으킬 뻔 했습니다. 외국계 항공사 일이지만, 이력서까지 조작해 간 큰 비행을 한 조종사는 한국인이었습니다.
문준모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지난 4월 한국인 신혼부부 등 160여 명을 태우고 베트남 호치민시를 출발한 베트남 항공 A320 여객기.
약 5시간 만에 국내 상공에 도착해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던 이 여객기가 활주로 위에서 갑자기 갈지자로 비행합니다.
기체가 양쪽으로 번갈아 45도 넘게 기울어집니다.
활주로를 놓친 후 무리하게 재착륙을 시도하다 비상상황까지 벌어집니다.
한 번 착륙에 실패하면 바로 고도를 높여 관제탑의 지시를 다시 받는 것이 기본이지만 조종사는 이마저 무시했습니다.
[장익세/항공대 국제항공훈련센터 조종실기 교수 : 승객분들이 봤으면 아마 45도가 아니라 거의 직각에 가깝게 느꼈을 수 있거든요.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느꼈겠죠.]
이 여객기의 조종사는 지난해 10월 베트남항공에 에어버스 A320 기종 부기장으로 입사한 36살 김모 씨.
김 씨가 입사를 위해 제출한 비행 이력서에는 다른 동남아 항공사에서 A320 기종으로 680시간을 비행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수개월간 이 사건을 조사한 베트남항공은 김 씨가 이전에 A320 기종을 한 시간도 조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항공사 직인과 서명을 위조해 가짜 비행 이력서를 만든 겁니다.
김 씨는 지난 달 초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베트남을 떠난 상태.
무자격 조종사에게 속아 승객의 목숨을 맡긴 베트남항공은 베트남법에 따라 김 씨를 사법처리할 방침이지만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트남항공 직원 : 혹시 (김 씨가) 연락해 올지 모르니까 조심하라고, (베트남항공 조종사로) 사칭을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분이 베트남에는 앞으로 못 들어올 거예요. 들어오면 사법처리를 한다고.]
[송병흠/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조종사가 자신의 경력을 속였다는 것은 이것이 나중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항공업계는 "김 씨가 또다시 허위 경력으로 다른 항공사에 취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토해양부가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 201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