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김우중, 베트남서 정중동
최근 재기설이 나돌았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73)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인근에 머물면서 베트남 정부 고위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전회장은 또 베트남 현지에서 경제발전을 이끈 기업가로 통하며 그를 다룬 전기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4일 김 전 회장 측근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수도 하노이 인근의 한 골프장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 2년전 개장한 이 골프장은 주로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들이 출입하는 최고급 시설이다. 외국인 투자자자들과 합작해 지어졌으며 김 전 회장 개인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요양이다. 지병인 심장계 질환을 잃고 있는 탓에 겨울엔 따뜻한 곳에 머무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10월 이후 베트남에 머물고 있다.
김 전회장측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며 "주로 부인과 아들 등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만 전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과도 접촉한다"고 말했다. 부인 정희자 여사는 서울과 하노이를 오가며 김 전회장을 만나고 있다.
김 전 회장측은 인터뷰 요청에 대해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이달 초 한국내에서는 김 전 회장이 국내 고급 빌라 건설업체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베트남에서 최고급 골프빌리지를 세우려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당시 김 전회장 측 인사들은 MOU 체결과 재기설에 대해 와전된 내용이라며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회장이 베트남 정부 인사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점에서 재기설이 전혀 터무니 없는 추측이 아님을 보여준다.
실제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베트남 정부나 당의 고위 간부들과 만나 베트남 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으며 경제중심지 호치민에도 가끔 다녀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워크아웃이 결정된 직후인 1999년 해외로 도피했다가 2005년 귀국해 구속됐었다. 이후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지난해 사면됐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을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베트남에 애착이 많았고 99년 이후 해외를 떠돌 때 주로 머물던 곳도 베트남이었다. 대우그룹이 몰락한 지 10년이나 됐지만 아직 베트남 현지에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존경과 인기는 상당하다. 김 전회장이 지은 대우하노이호텔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하루 머물며 부페에서 식사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호텔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광장역할을 하고 있다. 하노이 시내 중심가의 서점에서는 그의 세계경영 이야기를 다룬 전기가 젊은이들 사이에 여전히 인기있고, 정부나 기업체의 간부급 이상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을 베트남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준 외국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우그룹에 몸을 담았던 임직원들이 주축이 돼 대우그룹의 성과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목적하에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창립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400여명의 창립 총회에는 김 전 회장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대신 김 전 회장 육성이 담긴 `대우 직원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가 낭독됐다.
김 전 회장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창립된다니 반갑고 고맙기 그지없다"면서 "세계 경영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아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한 연구회와 여러분께 도움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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