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베트남 가격통제 추진, 계획경제로 회귀?
극심한 물가 불안…인터넷 차단 등 사회 개방 역행 조치도 단행.
물가 불안과 동화 가치 급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트남이 그동안의 시장 및 사회 개방을 뒤집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트남 집권 공산당 정부는 인플레이션 위협이 고조되자 가격 통제를 고려하는 등 반시장-반사회 조치들을 잇달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입장 변화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가격 통제는 사회주의 체제의 대표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크다.
베트남 정부는 이미 지난달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일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오가는 웹사이트의 접근을 막았다. 그리고 여러명의 블로거들을 정부를 비방한 혐의로 구금한후 석방했다. 지난 10월에는 시위에서 체포된 9명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호주 캔버라 소재 호주국방아카데미(ADA)의 칼라일 테이어 교수는 "베트남 공산당내 보수파들이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급락 등 경제 불안을 계기로 통제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테이어 교수는 "공산당이 제 11차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2011년까지 더 많은 소요와 반체제 인사 체포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트남 공산당은 매 5년마다 전당대회를 실시하고 정치 및 경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전당대회에서 경제에 대한 입장이 계획 경제 쪽으로 한층 옮겨갈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 같은 불안 요소는 향후 베트남에 대한 해외투자를 줄이는 한편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베트남이 급속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시민들의 경제 자유는 물론 정치 자유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 성장 지역으로 급부상했고 '제2의 중국'으로 불리며 중국을 대체할 해외 생산 기지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공산당이 굳건한 통치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정치적 위험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다는 점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베트남 집권 공산당이 가격 통제에 나서는 한편 개인들의 자유 의지를 꺾길 원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큰 정치적 위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베트남 재무부 산하 물가관리부서는 물가 통제 계획 초안을 제안한 상황이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정부에 의해 승인된다면 베트남의 개인 및 해외 기업들은 정부에 가격 결정 구조를 보고해야 한다.
또 석유제품, 비료, 우유 등 인플레이션 통제에 필요한 개인 제조품과 수입 제품 등의 가격을 베트남 정부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 같은 가격 통제를 극심한 경제 변동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베트남 정부는 가격 통제 등 급진적 방안은 지금껏 정부 소유 기업들에게만 국한해왔다. 그러나 아직 베트남 정부가 가격 통제를 법으로 결정할 지 여부는 아직까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선임 부사장은 지난 15일 베트남 정부 관계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베트남 정부의 가격 통제 계획은 베트남 신규 투자 매력도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공산당 정부가 동화 급락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기 위해 전면에 나섬에 따라 베트남 국민들의 정치 및 사회적 자유도 제약될 전망이다.
각국 정부의 외교사절들도 인터넷 통제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베트남 주재 미국대사인 미챌락은 "10대들의 온라인 채팅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따른 의사전달 권한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롤프 버그만 베트남 주재 스웨덴 대사도 유럽연합(EU)을 대표해 "베트남이 인터넷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성장 전망은 경제 위기에도 여전히 밝다. 세계은행은 베트남 경제가 올해 5.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니시 아유미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도 베트남의 미래는 여전히 장밋빛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물가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난 11월에만 동화 가치는 5% 급락했다. 베트남 국민들도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동화 대신 달러나 금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무디스는 베트남의 'Ba3'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 불안이 가속화되면서 정부 통제 조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편 한국기업들에 대한 영향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도훈 코트라 베트남 전문위원은 "재무부의 가격 통제 추진은 사회주의로의 회귀라기보다 베트남 정부가 연말과 설날을 맞아 실시하고 있는 강력한 물가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 전문위원은 "아직까지 베트남 현지 한국 기업들이 이를 통해 받는 불이익은 없으며 투자기업이 실물 경제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다"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 정부가 최근 동화가치를 5% 인하하고 기준금리를 7%에서 8%로 인상한 것도 연말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 2009.12.23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