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베트남, '제2의 용'에서 '구제금융국' 전락 위기
당장 IMF 구제금융 신청하기 보다는 자국내 모든 수단 강구할 듯
중국을 잇는 '제2의 용'으로 주목받던 베트남 경제가 휘청이면서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제기됐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의회 경제위원회는 전날 웹사이트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은행 자본을 확충하고, 악성 부채와 장기 불황을 해소하려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베트남 금융시스템이 확충해야 할 자본이 250조~300조동(13조5800억~16조2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베트남중앙은행(SBV)에 따르면 이 나라 은행권 전체 대출 가운데 부실채권(NPL) 비율은 지난해 말 3.07%에서 지난 5월 말 현재 4.47%로 급등했다.
응웬 반 빙 SBV 총재는 일부 은행의 경우 NPL 비율이 20%에 달하는 등 은행권의 부실 정도는 알려진 수치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의회에서는 외국자본을 유치해 은행권의 부실자산을 해소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에 만연한 부패 탓에 베트남으로 흘러드는 외국인 자본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 투자된 외국자본은 80억달러로 3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분의 1로 줄었다.
그 사이 베트남 경제에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불안정한 금융시스템 탓에 대출시장은 침체됐고, 투자와 소비가 줄면서 재정수입도 급감했다. 베트남 정부가 은행권을 지원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2007년 8.5%를 기록했던 경제 성장률은 지난 1분기 4.4%로 뚝 떨어졌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목표 성장률을 5.2%로 발표했다.
주식시장도 고전하고 있다. 베트남 증시의 VN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전에는 1100 선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300~400 선을 맴돌고 있다. 최근 1년간만 11% 빠졌다.
NYT는 최근 호치민을 비롯한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던 대형 건설프로젝트들이 연이어 중단되고 있다며 베트남 경제가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베트남이 당장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인도차이나캐피털의 피터 라이더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은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재편하고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지만,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독립성이 강해 IMF에 손을 벌리기 전에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 201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