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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베트남 진출 건설사들 ‘퇴마사’까지 동원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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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70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는 경남기업이 최근 이채로운 행사를 가졌다.

 

현지인 불교 승려 두 명을 초대한 가운데 가진 진혼제(鎭魂祭) 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부터 수도 하노이의 '강남'격인 팜흥대로 부근에 70층 초고층 빌딩과 47층 아파트 2개 동으로 구성된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 공사를 진행해온 경남기업이 현지 근로자 6명이 안전사고로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분양에 악영향을 받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랜 분석 작업 끝에 나온 대책 가운데 하나가 '퇴마사'(退磨士) 를 불러 공사 현장 부근을 맴돌고 있다고 현지인들이 주장해온 귀신을 달래 쫓아버리는 진혼제였다. 진혼제 덕택인지 한동안 주춤하던 분양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 경남기업측의 설명이다.

 

역시 하노이에서 최고급 IT빌딩인 '하비코 타워'를 건설 중인 두산중공업측도 최근 공사 현장 부근이 물(水)기운이 부족하다는 풍수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었다. 금호건설도 지난해 주상복합건물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현지 파트너의 제안에 따라 저녁 시간 공동묘지를 찾아 사망한 옛 부지 소유주에게 예를 올렸다.

 

다소 생소하고, 비과학적으로 비쳐지는 이런 행사나 절차를 한국업체들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지 풍습(phong tuc)때문이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절대적인 믿음이나 가치로 인식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나 '하비코 타워'처럼 분양가만 ㎡당 3천달러가 넘는 최고급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경우는 물론이고 이보다 싼 중저가 아파트를 개발하는 업체들 역시 입주자가 손쉽게 제사를 지낼 수 있는 미니 제단(祭檀)을 각 가구마다 설치하는 것도 이런 현지화 전략에서다.

 

한국업체 관계자는 "분양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건설업체로서는 현지화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현지 소비자들의 소득과 정보 접근 수준이 높아진 것과는 별도로 여전히 미신적인 풍습을 고수하는 속성을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연합뉴스 : 2010-05-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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