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한국 의사 수출 길 텄다 … 베트남서 8명 면허
의사 면허가 있으면 다른 나라에 가서 병·의원을 열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외국 의사(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의 한국 면허 취득은 까다롭다. 커리큘럼 검증-예비시험-본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 의대 출신도 마찬가지다. 외국 의사가 국내 면허를 따는 것은 한 해 3~4명 정도다. 반대로 한국 의사가 외국 면허를 따기도 쉽지 않다. 생명을 다루는 데다 언어·문화 차이에다 의료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때문에 의사 면허를 잘 교류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한국 성형외과 의사 8명이 베트남에서 한꺼번에 의사 면허를 땄다. JK성형외과 주권(47) 대표원장을 비롯해 배준성·백혜원·권순홍 전문의 등 이 병원 의사들이다. 2011년 10월 면허 신청을 한 지 1년 반 만이다. 시험을 보지 않고 땄다. JK성형외과·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부의 민관 협동 삼각작전이 주효했다.
2011년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메디컬 코리아 2011’ 행사에 온 베트남 호찌민의 한푹병원(‘한푹’은 베트남어로 행복이라는 뜻) 관계자가 국내 성형외과를 둘러보고 JK성형외과를 협력파트너로 선정했다. 상위계층 산모의 산후 미용관리 파트너를 한국에서 찾은 것이다. 이 병원은 여성·어린이전문 국제병원(영리병원)이다. JK성형외과와 진흥원은 우선 면허부터 챙겼다. 그해 11월 면허 취득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지난해 메디컬코리아 행사에 베트남 보건부 공무원을 초청했고 현지에서도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아버지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전신에 화상을 입은 세 살배기 소년 부콕린을 초청해 JK성형외과에서 세 차례 수술했다. 이 소년의 비극적 스토리는 베트남을 슬픔에 잠기게 했는데 수술받고 웃는 아이의 모습이 베트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비도 있었다. 통역 문제였다. 베트남 측은 의사 한 명당 전담 통역 한 명을 둘 것을 요구했다. 진흥원 장경원 지사장은 “모두 채용해야 할 상황이 되면 그리하겠다고 설득해 우선 1~2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민간보다 정부를 더 신뢰한다. 그래서 정부가 나섰다. 지난해 10월 이경렬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이 베트남 보건부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고 올 2월에는 정호원 보건산업정책과장이 현지로 갔다. 주권 원장은 “최근 베트남에 갔더니 면허 취득 소식에 현지 의료인들이 모두 놀랐다”며 “2015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의 보건의료시장이 통합되면 베트남 면허를 바탕으로 이들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 면허 취득=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 의사 면허를 인정한다. 한일병원·우리들병원 의사 4명이 땄고 보바스기념병원 의사 3명이 곧 취득한다. 싱가포르에서도 7명이 땄다. 3년간 공공병원에 근무해야 한다. 중국은 1년짜리 임시면허(행의)를 발급하며 갱신할 수 있다.
중앙일보 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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