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朴대통령의 한세베트남 방문에 담긴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베트남 경제도시 호찌민에서 방문한 한세베트남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1800여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당초 삼성전자, 롯데마트 등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선택된 곳은 한세베트남이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베트남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세베트남은 의류수출기업 한세실업이 지난 2001년 세운 베트남 현지법인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에서 갭, 나이키, 유니클로 등의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한 후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 현지에서 고용하고 있는 베트남인만 1만8300명에 달한다. 한세베트남은 특히 연간 2억5000만 달러 수입과 4억9000만 달러 수출을 통해 베트남에 2억4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주고 있다. 베트남 측이 한-베 교역에서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는 무역역조 현상을 시정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인 셈이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무역역조 현상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아 왔다. 양국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7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하는 과정이 힘겨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쯔언 떵 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지난 9일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도 박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무역역조 시정을 위해서라도 삼성의 대 베트남 투자와 같이 수출 중심 기업의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한세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지 투자를 통해 베트남의 고용과 수출에 일조하고 있는 모범적인 기업을 방문함으로써 베트남과 상생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의 한세베트남 방문은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차원도 있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달 29일 중견기업 회장단 오찬에서는 “우리 중견기업들이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방문은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한세베트남의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 201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