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2조투자 삼성베트남, 현지 씨티銀서 돈조달…국내銀 구경만
◆ 금융비전 10-10 밸류업 ① / 한국기업도 못잡는 한국금융 ◆
삼성전자는 내년 2월까지 베트남 북부에 연간 1억2000만대 규모의 휴대폰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총 20억달러다. 삼성전기도 내년까지 7억5000만달러를 들여 스마트기기용 기판과 카메라 부품 라인을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의 주 거래은행은 한국계 은행이 아니다. 주요 거래는 씨티, HSBC 등 글로벌 은행과 하고 일부 싱가포르 은행과 베트남 현지 은행을 이용한다.
우리은행, 미래에셋, 한화생명, 신한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대거 베트남에 나가 있지만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이들은 한국인 현지 직원들 개인 거래와 송금 정도를 담당할 뿐이다.
베트남 현지 기업과의 거래도 걸음마 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국내 굴지의 아웃도어 전문 기업은 각각 미국 진출과 방글라데시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씨티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신용장 개설, 송금 등 간단한 거래만 원했지 대규모 여신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여신은 국내와 관련된 것이 70%다. 국내 기업이 수출입하는 데 필요한 여신을 일시적으로 제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동일인 여신 한도에 발목이 묶여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우리은행 중국 현지법인의 삼성그룹 중국법인에 대한 여신한도는 6000만달러다. 삼성전자는 수십억 달러 여신 거래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공상은행, 교통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해외 현지법인이 아닌 지점 수준에서는 현지 통화 거래가 불가능하고 달러 거래만 허용돼 있다. 해외 지점 영업은 애초부터 절름발이로 시작하는 셈이다.
아시아 신흥국이 부상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국내 은행들이 `노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 진출은 현지 정부 인허가 사항인데 민간 금융회사가 관료들을 만날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태국과 필리핀이다. 태국은 국내 은행이 하나도 없고 필리핀도 외환은행 진출 이후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솔직히 정부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내실 있는 해외 진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013년 상반기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점포는 363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2007~2008년 해외 점포는 257개에서 307개로 50개가 늘어났으나 2008년에서 지난해까지는 307개에서 355개로 48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외 점포의 영업력을 보면 더욱 초라하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자산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증권은 0.8%, 생명보험은 0.2%, 손해보험은 1.2% 수준이다. BNP파리바와 HSBC의 해외 점포 자산 비중이 각각 47.5%와 49.8%에 달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해외 점포가 거둬들이는 수익 비중도 국내 은행은 7.5%, 증권과 보험은 0.3%다. BNP파리바와 HSBC는 각각 84.3%와 82.8%에 달한다. 그럼에도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 필요성은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11년 2.3%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 1%대로 떨어졌으며, 국내 보험시장의 보험침투율은 12.1%로 세계 5위의 포화상태에 진입했다.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수익 기반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해외 진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나가 국제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97%로 영국 46%, 일본 29%, 호주 37%와 비교할 때 매우 높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이 해외에 진출한 후에는 국내 기업과 거래하기 이전에 현지 기업과 개인 고객 그리고 현지 직원과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도 현지화된 금융을 원한다.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현지 니즈를 파악해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MK증권 : 20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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