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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김우중 회장이 18조원 회사돈 횡령한 부도덕 기업인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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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가 오대양 육대주를 무대로 세계경영을 전개했다가 재계 무대뒷편으로 사라진 지 10여년이 됐다.

 

1970년대 봉제품 수출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험지나 다름없는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남미 등을 줄기차게 공략했다.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면서 바이어와 상담했다. 외국 공항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면도하고, 와이셔츠를 갈아입고 곧바로 파트너를 만나러 갔다.

 

90년대 김우중의 ‘세계경영’은 거침 없었다. 동유럽에선 당시 세계최고의 GM을 누르고 현지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폴란드FSO와 루마니아자동차 공장은 김우중회장이 역발상의 조건을 내걸고 사들여 유럽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전두환 전대통령과 김우중 전 회장의 공통점과 차이점

 

빈사상태에 있던 폴란드FSO공장 매각 입찰과 관련, GM은 종업원을 대규모 해고하겠다는 강압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반면 세계자동차업계에 신인이나 다름없던 김우중 회장은 인력채용을 늘리고 생산도 대폭 증대하겠다며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폴란드정부가 골리앗 GM대신 김 전회장 손을 들어줬다. 

 

대우 임직원들은 김 전회장이 제창한 창조·도전·희생이란 사시(社是)를 모토로 세계를 누볐다. 우리 세대가 고생해서 후세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대우의 세계경영은 재계를 선도했다. 서구 언론은 미친 듯이 질주하며 시장을 개척하는 그에게 제2의 징기즈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의 대우그룹은 외환위기 후 자금난에 몰려 그룹이 공중분해됐다. 실패한 경영자였던 그는 국내에 머무르지 못하고, 베트남 등 해외를 전전하는 유랑생활도 했다. 한때 젊은이들의 우상에서 졸지에 세계 최대 파산기업 총수로 전락한 것이다.

 

김우중 전 회장은 최근 다시 뉴스의 중심이 됐다.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추징금 18조원을 갚지 않고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최근 그의 3남 선용씨를 국감장으로 불러 호통쳤다. 선용씨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장남 재국씨와 함께 도매금으로 불려가 곤욕을 치렀다. 둘다 아버지의 비자금으로 재산을 불린 것 아니냐는 추궁을 받았다.

 

김우중 회장은 18조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부도덕한 기업인인가? 그는 재벌들로부터 5년간의 재임기간 5000억을 꿀꺽한 전두환 전대통령과 함께 추징금 추징 대상자인가?

 

전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들어 강도높은 재산 압수 및 수사에 위협을 느껴 가족들이 추징금을 완납키로 했다. 백기투항한 것이다. 자신의 재산이 29만원이라는 태연한 해명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여론은 워낙 싸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 검찰총장이었던 채동욱씨는 정권과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전 전대통령 일가를 전면적으로 압박했다. 마침내 전 전 대통령측은 일가친척 등에게 숨겨놓은 재산으로 추징금 1700여억원을 갚기로 했다.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가 마무리되자 이제는 김우중 전 회장 차례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 전 회장과 전두환 전대통령의 추징금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180도 차이가 난다. 그는 개인적으로 회사돈을 횡령하거나, 빼내간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단지 환란이 한창이던 1998년 이후 대우 유동성위기 때 계열사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수출입대금을 거래할 때마다 당국에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 것뿐이다.

 

당시 자금난에 몰렸던 대우 계열사들은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부도를 막기 위해 매일 매일 만기연장을 위한 자금조달 전쟁을 벌였다.

 

김 전 회장의 추징금은 계열사들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자금조달, 수출입 거래대금및 투자금 등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고스톱이나 포커판의 판돈을 모두 합산한 것과 같은 개념이다. 고법과 대법원에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전 회장과 계열사 중역들에게 징벌적인 추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적인 횡령을 한 것도 아닌데 계열사 자금거래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게 만든 것이다. 지나치게 가혹하고, 산정기준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판결이었던 셈이다.

 

2000년 대우계열사들의 워크아웃 때 이를 실사한 회계법인이나 금융감독원도 현지 조사를 통해서 김 전 회장과 임직원들이 횡령이나 착복은 전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법원은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해외에서 빌렸다가 갚은 금액은 빠뜨려과거 대우계열사들 화려하게 부활해 공적자금 대부분 회수

 

일반적인 의미의 추징금은 불법적인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또는 해외도피 재산에 대해 강제적으로 환수 내지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그에게 부과된 징벌적 추징금은 해외에서 빌린 자금, 즉 부채로 잡힌 것만 합산한 것이다. 갚은 것은 전혀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대우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부채 18조원 중 17조원은 상환했다. 나머지 1조원만 갚지 않았다. 추징금을 물렸다면 상환하지 않은 1조원에 대해 적용했어야 했다.

 

김 전 회장은 그룹의 공중분해이후 극심한 법률적, 경제적 고통을 겪었다. 말로 할 수 없는 상처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모든 재산은 계열사 사재출연과 압류로 잃었다. 교보생명과 대우중공업 주식 등 당시 시가 1조 3000억원 상당액은 계열사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회사에 제공됐다. 이들 재산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경매처분을 통해 채권을 갚는 데 쓰였다. 방배동 자택과 안산 농장마저 채권단에 압류됐다.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전 회장과 전전 대통령을 부도덕한 추징금 환수대상으로 동일하게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전 전 대통령은 대기업들로부터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받아서 일가의 재산을 불리는 데 전용했다. 범죄수익금이요, 검은 돈이다. 반면 김 회장은 대우의 부실화에 대해 그룹총수로서 책임을 진 것이다.

 

대우 계열사들은 워크아웃을 거쳐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대우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대부분 거둬들였다. 오히려 더 걷어 나라재정과 채권금융회사를 살찌웠다. 국민혈세를 지원받아 건강하게 회복한 후 나라와 금융회사들에게 화끈하게 보은한 것이다.

 

대우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29조7000억원에 달했다. 정부(자산관리공사)와 채권금융회사들은 옛 대우 계열사들의 경영정상화와 제3자 매각을 통해 총30조5000억원을 회수했다. 당초 투입된 공적자금에 비해 8000억원이나 더 거둬들인 셈이다. 대우 계열사들은 뿔뿔히 흩어졌지만, 제각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서 화려하게 재비상한 것이다. 결초보은한 셈이다.

 

예컨대 종합상사인 (주)대우는 포스코에 매각됐으며, 대우자동차는 GM이 인수했다. 대우중공업은 두산이 인수해서 두산인프라코어로, 대우전자는 동부그룹이 인수해서 동부전자로 변신했다. 대우조선, 대우건설, 대우증권등도 현재 매각이 진행중이다. 옛 대우계열사들은 주력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국가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우가 국민혈세를 엄청 축냈다는 비난은 재고돼야 한다. 김 전 회장에게 영구적인 부실기업인 낙인을 찍는 것도 재검토돼야 한다.

 

김 전 회장 자녀가 고의적으로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상당부분 과장된 것이다. 그의 아들 선용씨는 대우가 정상적인 경영을 할 때 김 전 회장으로부터 일부 재산을 증여받아 베트남 골프장 등을 구입한 바 있다. 선용씨는 당시 증여세를 납부했다. 이는 당시 증여세 납부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용씨가 증여세를 내고 구입한 베트남 골프장에게까지 김 전 회장이 고의적으로 재산을 빼돌렸다거나, 비자금으로 샀다는 등의 비난을 하는 것은 전후사정을 가리지 않는 정치공세로 보인다.

 

그가 최근 베트남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일부 방송과 신문의 보도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현지의 소담한 집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골프장에서 황제골프를 즐긴다는 것도 팩트가 틀린 것이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거닐면서 건강을 다질 뿐이다. 그는 평생 골프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 세계를 강행군하며 시장개척에 심혈을 기울인 그는 골프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며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견지했다. 임직원들이 골프를 치면 부인에게 간접적으로 경고까지 했다.

 

정부나 정치권, 언론에서 김 전 회장을 마녀사냥의 도구로 삼거나, 국민정서법에 편승해 뭇매를 가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제를 위해 분투하다가 실패한 기업인으로 재계무대에서 퇴장한 재계원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한국기업의 세계경영을 선도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재계총리를 역임하면서 국가경쟁력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외환보유액 1,000억달러를 조기에 돌파해 국제통화기금에 넘겨준 경제주권을 조기에 되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부터 수출확대에 솔선수범했다. 그가 수출 드라이브를 선도하다가 외상수출 등의 부실 채권문제로 발목이 잡혀 그룹을 무너지게 한 것은 통한의 실수였다.

 

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릴 것이다. 다만 그가 부도덕하게 회사돈을 횡령하고, 개인적으로 배를 불리지 않았다는 점만은 너그럽게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쉽다.

 

 

 

조선닷컴 : 201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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