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긴급진단]한국 떠나면 첨단기술 유출 우려도 커진다
중국 등 주변국 첨단공장 이전 설립 유도…현지인 고용 등으로 유출 우려 커
기술 유출 사건 매년 40건 이상…국내보다 해외서 3.5배 더 많아
"전기전자, 정보통신(IT),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 핵심산업의 기술들은 중국 등 주변국의 표적이 된지 오래다. 자국 내로 생산기지 이전 및 설립을 유도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끊임 없이 이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모듈 생산업체 A사 고위관계자)
국내 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싼 인건비와 세금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 최근에는 최첨단 공장까지도 한국을 떠나 해외에 설립하거나 이전을 진행하고 있어 고용 문제와 함께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타이응웬 옌빙공단에 두번째 휴대폰 공장을 짓기로 했고, LG전자는 하이퐁에 대규모 가전제품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중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포스코는 최첨단 공법인 파이넥스 공법을 사용하는 철강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중국 장수성에 삼성쑤저우LCD 공장을 설립했다. 이에 따라 LCD 모듈공장에 이어 LCD 생산공장까지 모든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
IT·전자 제품의 생산공장도 빠르게 중국, 베트남으로 이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청소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TV, 세탁기 등도 중국 생산을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 짓는 대규모 공장에서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대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은 수출을 위한 거점을 만들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인건비, 세금 등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해외 공장 설립 및 이전이 잇따라 이뤄지면서 국내 핵심 산업의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현지 공장에서는 현지인 고용 등에 따라 산업스파이 사건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첨단기술이 불법 유출되거나 유출하려다 적발된 건수가 294건이며, 피해액은 수조원에 이른다. 매년 40건이 넘는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기전자 분야가 34%로 가장 많고 기계(31%), 정보통신(15%), 화학(9%) 등 순이다.
기술 유출 사례를 보면 디스플레이 기술 중국 유출, 중국인 연구원의 가전기술 해외유출 기도, 국내 3D 기술 중국 유출, 양문형 냉장고 설계기술 중국 유출기도 등이다.
특히 기술 유출 사건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해외 현지에서 발생한 경우 3.5배 많았고, 유출 사건의 70%가 중소기업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해외 공장 설립 및 이전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A기업 관계자는 "내수보다는 해외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은 물류비 뿐만 아니라 생산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동남아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거나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최고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B기업 관계자는 "가급적 첨단제품을 만드는 공장은 국내에 두려고 하지만 노무비 등을 감안하면 중국이나 동남아 이전이 불가피하다"며 "국내에서도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하지만 해외에서는 현지인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더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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