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베트남 아내에 사업빚 떠넘기고 강제이혼

한국물정 어두운 약점 노려 명의도용뒤 사업하다 부도

50대 남성이 한국 물정에 어두운 베트남 출신 아내의 명의를 도용해 사업체를 운영하다 부도를 낸 뒤 이혼해 밀린 세금 수천만 원을 아내에게 떠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베트남 출신 H(여·51) 씨가 찾아와 “옥탑방에 살며 봉제공장에 다니는데 수천만 원의 세금독촉장이 수없이 날아온다”며 도움을 청했다.

조사 결과 H 씨 앞으로 날아든 세금은 8년 전 이혼한 전 남편 장모(56) 씨가 H 씨의 명의를 도용해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지방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밀린 세금 1570여만 원을 떠넘긴 것이었다.

H 씨는 지난 2002년 지인의 소개로 장 씨와 결혼했다. 소규모지만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던 장 씨는 결혼 이후 H 씨가 벌어놓은 돈을 사업자금으로 날린 뒤 매일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했다.

H 씨는 봉제공장에 다니며 매달 150만 원씩 벌어 집안 생계를 이어갔지만 장 씨는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했고 부부는 2006년 이혼했다. H 씨는 결혼 생활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어렵게 가진 아이까지 유산했다. 하지만 장 씨는 이혼 과정에서 H 씨에게 수천만 원의 세금까지 떠넘겼다.

알고 보니 장 씨는 H 씨의 명의를 도용해 공장을 운영하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부도를 낸 뒤 H 씨와 이혼했던 것이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상당의 월세방에서 생활하던 H 씨는 고액의 국세채권추심 통보에 자살까지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경찰을 찾았다.

결국 H 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사업체의 실제 운영자가 장 씨이고 자신은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해 가까스로 세금체납 처분을 면책받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는 한국 물정에 어두운 H 씨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쉽사리 고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장 씨에게 밀린 세금을 매월 분할납부하겠다는 분납계획서를 자산관리공사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