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수도 지정 1천년 맞는 베트남 하노이시

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오는 10월10일 수도로 정해진 지 1천년이 된다.

하노이를 수도로 정한 장본인은 리(Ly)왕조(1009∼1225)의 건국자인 리타이또(Ly Thai Tho). 부패한 레(Le)왕조를 뒤엎고 왕권을 차지한 리타이또는 기존의 수도 호아르(花閭)가 불길하다는 풍수지리가들의 제의에 따라 지금의 하노이인 탕롱(Thang Long, 昇龍)으로 수도를 옮겼다.

리타이또는 천도할 때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광경을 보면서 새로운 수도의 이름을 탕롱으로 정했다는 것이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천도의 실제 요인은 지정학적인 것과 관련성이 크다는 것이 베트남 역사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호아르가 좁은 계곡지대에서 외적의 침입을 저지하는 데는 유리한 반면, 교통이 불편하고 베트남 북부의 젖줄 격인 홍강(洪江) 삼각주의 서남쪽에 치우친 나머지 경제적 중심지가 떨어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호아르의 지배층은 배타적인 토착세력이 장악하고 있어 리 왕조가 전국적인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홍강 삼각주 중심부의 중국 문화를 받아들인 집단과도 연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천도를 했다는 분석이다.

리 왕조 이후 쩐(Tran, 陳), 레(Le, 後黎), 막(Mac, 幕), 응웬(Nguyen, 阮)왕조까지 탕롱은 베트남의 정치.경제.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마지막 왕조인 응웬 왕조(1802∼1945)가 들어서면서 탕롱은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됐다.

응웬 왕조를 연 쟈롱(Gia Long, 嘉隆)황제는 구세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조상의 지리적 배경인 중부 푸수엔(Phu Xuan, 富春, 지금의 훼)으로 수도를 옮겼다. 이 바람에 탕롱은 동쪽의 수도라는 뜻을 가진 통킹(Tongking, 東京)으로 사실상 격하됐다.

그러다 다시 지난 1831년 통킹은 지금처럼 하노이(Hanoi, 河來)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홍강을 중심으로 주위에 수백개의 호수와 샛강들로 이뤄진 물 안의 도시라는 뜻의 하노이가 또 다시 중심지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1887∼1954)이다.

베트남과 인근 캄보디아 및 라오스를 점령한 프랑스는 지난 1902년 하노이를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수도로 정하면서 식민지배정책을 펼쳤다. 이 와중에 호찌민 전 주석이 이끈 베트남 독립세력이 2차세계대전 직후인 지난 1945년 9월2일 하노이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한 독립선언을 하면서, 그후 10년 동안 하노이는 1954년 프랑스가 철수를 할 때까지 대불(對佛) 독립전쟁의 중심지였다.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이후에도 하노이의 운명은 순탄하지 못했다. 제네바평화협상에서 강대국들에 의해 베트남이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남북이 분단되고 이후 프랑스를 대신해 개입한 미국을 상대로 하노이는 호 전 주석이 이끄는 사회주의정권의 수도로 미국의 융단폭격에 황폐화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베트남 철수와 통일(1975년)이라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지켜본 하노이는 지난 1986년 도이머이(개혁)정책 표방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베트남은 하노이 정도(定都) 1천년 기념행사를 올 한해 가장 중요한 국가행사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 중이다.

집권 공산당과 베트남 정부는 10일 동안의 이 행사를 통해 하노이가 전세계를 통틀어 1천년의 역사를 가진 몇 안되는 수도라는 사실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국론 재결집과 체제의 정당성및 우위 강조, 대외적으로는 정치.사회적 안정 토대 위에서 경제적으로도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와 하노이시는 10월1일 오전 8시에 리타이또 공원에서 정도 1천년 기념행사 개막식을 시작으로 각종 전시회, 공연, 스포츠경기 등을 펼치며, 특히 10일에는 독립선언의 성지인 바딩광장에서 군인과 일반국민 등 3만1천여명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퍼레이드도 갖는다.

이번 기념행사를 축하하고 지켜보기 위해 80만여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하노이를 방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2010/09/30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