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라오스, 임금 절대 싸지않고…캄보디아 `연줄로 해결` 천만에
대사들이 말하는 아세안 10國 `오해와 진실`
`게으른 태국`은 선입견…전체 투자 60%는 일본
아세안 富國 브루나이…소비여력 소수에 국한
말레이시아·태국…은퇴이민 유치 팔걷어
한국인 은퇴 기술자들, 퇴직후 미얀마 진출할만
◆ 레이더 A / 駐아세안 대사 좌담 ◆
아세안은 단일 시장이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를 넘는 싱가포르가 있는가 하면 1000달러 수준인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공존한다. 주아세안 대사들은 아세안을 단일 시장이 아니라 소득격차, 인종, 종교 다양성을 품은 '경제블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세안 시장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현실은 무엇인가.
▷김수권 주라오스 대사〓라오스 인건비가 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최저 월임금이 110달러 수준으로 캄보디아보다 더 비싸다. 노동력이 풍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제조업의 대규모 투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조태영 주인도네시아 대사〓인도네시아는 자원이 풍부해 석유 순수출국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순수입국이다. 채굴을 해도 메이저 에너지업체들이 대부분 가져간다. 정유시설도 노후돼 있는데 외국 기업이 새로운 정유시설을 건설해주길 바라고 있다.
▷전재만 주태국 대사〓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과거 식민지 국가로 일본 등 열강에 대해 큰 반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태국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일본의 침략을 받지 않았고, 일본은 태국 전체 투자 중 60%를 차지할 정도다. 날씨가 더워 아세안 국가 근로자들은 게으르다는 선입견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조원명 주브루나이 대사〓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를 넘는 만큼 높은 구매력을 겨냥해 브루나이에 투자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실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왕족을 비롯한 일부 소수다. 소득이 있는 사람 중 80~90%는 공무원이다. 그만큼 민간 영역이 작다. 브루나이에 투자하려면 중·하층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작은 시장, 높은 인건비가 걸림돌이다.
▷전대주 주베트남 대사〓개도국 사람들은 가난해서 못 배우고 무지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베트남에서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인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상대라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원진 주캄보디아 대사〓한국 사람들은 캄보디아에서는 정부와 끈이 닿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캄보디아도 법제화가 잘돼 있다. 정식 절차를 무시해 빼도 박도 못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많다.
―노후 이민지로서 아세안은.
▷조병제 주말레이시아 대사〓말레이시아 정부는 'MM2H(Malaysia, My Second Home)'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일정액(약 1억5000만원)을 보증금으로 기탁한 외국인 은퇴자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3대 은퇴 후 휴양지로 불리고 있다.
▷전재만 대사〓태국 정부도 은퇴 후 이민자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백순 주미얀마 대사〓예전 일본 기술자들이 은퇴하고 한국으로 왔듯이 한국에서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 경공업 기술을 갖고 있는 분들이 미얀마로 오면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아세안에 진출할 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서정하 주싱가포르 대사〓싱가포르에는 세계적인 로펌들이 진출해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보다 동남아시아 각국 현지 법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판단하고 한국 기업들을 많이 접촉하고 있다. 동남아 진출을 노리는 한국 정보기술 스타트업들에 대해 금융지원이 잘 안 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전대주 대사〓베트남 시장과 투자 환경에 대해 사전 준비를 많이 하고 오는 기업들은 정착에 성공을 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부딪쳐보겠다는 도전정신만으로 진출하는 업체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최근 베트남 출입국관리법이 변경돼 15일 무비자 단기체류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귀국 이후 한 달 이내 재입국이 불가한데, 이러한 사실마저 몰라 낭패를 당한 분들도 있다.
▷조병제 대사〓전자상거래, TV홈쇼핑, 미용, 인테리어, 교육, 게임 등 중소기업 업종이 꽤 많이 말레이시아에 들어오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처럼 생계형 창업과 같은 업종들이 현지에서 롱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임금 중심 산업이라면 동남아 노동시장 구조가 언제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
―대사관의 올 한 해 역점 사업은.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내정자)〓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 여행객 규모는 연간 100만명을 넘어섰으나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다. 한국 여행객들도 현지 법질서를 준수하고, 건전한 여행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오는 필리핀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필리핀 현지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실정이다.
▷전대주 대사〓베트남이 가장 필요로 하면서도 한국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발굴하려고 한다. 도로·교량·병원 등 기반시설뿐 아니라 베트남 전쟁의 아픈 과거를 치유하기 위한 지뢰 제거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사회적책임'도 이젠 고려해야
▶서정하 대사〓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돈만 벌어가는 생각을 하면 현지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도 아세안 회원국 중 일부는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ODA(공적개발원조)를 바탕으로 진출해 반발이 적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돈을 벌면 꼭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도 병행해야 현지에서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대주 대사〓최근 주베트남 대사관이 염려하는 점은 갑자기 돈을 번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다. 한국 기업가들이 현지인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면 보복을 당한다. 현재 주베트남 대사관은 한국 기업들의 왕성한 투자와 진출을 지원하되 이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기업 CSR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연말에 1년간 진행한 CSR 활동 결과를 홍보할 예정이다.
MK뉴스 : 201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