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한국신문 [세계의 창] 베트남에는 거지가 없다?

비나타임즈™
0 0

中·佛·日·美와 싸우고도 살아남은 저력

“노력·희생으로 현재 만들었다” 자부심

경제 발전 위해 자존심 접고 손 내밀어

전쟁의 상처 공유한 한국 도움 나서야

 

사람 사는 모습이 천차만별이고 각양각색인 것은 자연현상입니다. 환경과 조건이 각자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양하기 때문에 처지도 다릅니다. 역사 이래 인류는 그 차이를 좁히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부유하고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는 사회에서도 더 가진 부류가 있고 덜 가진 부류가 있기 마련입니다. 구걸이 생긴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세계 최고 부국이라는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도 지하철 입구나 길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걸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거리에는 구걸하는 이를 볼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아이, 노파, 아낙들이 거리를 누비고 다니지만 구걸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팔 물건이 들려 있습니다. 하다못해 휴지나 성냥이라도 팔고 있습니다. 팔 물건조차 없는 아이들은 눈요깃거리를 제공합니다. 호찌민시의 여행자 거리에 가면 채 열 살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석유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불을 붙여 내뿜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거지가 아니라 공연자입니다. 지켜보는 여행객들로부터 관람료 수익을 취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입니다.

 

베트남에 거지가 없는 이유를 찾으려면 시간을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베트남은 천 년 동안 중국을, 백 년 동안 프랑스를, 일 년 동안 일본을 상대하였고, 최강의 미국과 이십일 년 동안 싸우고도 살아남은 국가입니다. 오늘날 베트남이 가진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노력과 희생에서 얻었습니다. 이것이 베트남인들의 자부심이고 자존심의 근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얻으려 하지 않습니다. 호찌민시 인근에 베트남전쟁의 전적지인 구치터널이 있습니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장같이 꾸며진 전적지에는 미군에 맞섰던 베트콩들의 땅굴기지가 있습니다. 전적지 곳곳에는 베트남인 가이드들의 열정 가득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베트콩은 현대적 무기로 무장한 미군을 잡기 위해 원시적인 도구를 아주 지능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때마침 땅굴체험에 도전한 덩치 큰 서양인 한 명이 좁은 통로에 걸려 꼼짝하지 못하자 한마디 덧붙입니다. “굶주려서 바짝 마른 베트남인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팠습니다.”

 

그런 베트남인들이 자존심을 접고 세상을 향해 손짓하고 있습니다. 적개심을 미루고 미소로 맞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주린 배를 채우는’ 전쟁입니다. 베트남 최대의 전통시장 데탐에 가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산의 집결과 분배, 자본의 이동이 역동적입니다.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하여 몸을 데우듯 시장이 베트남 전체를 달구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베트남이 가졌던 인공심장 대신 세계와 공유할 새로운 심장, 열린 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습니다. 미국, 유럽도 좋고 중국, 러시아도 좋습니다.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면 그만입니다.

 

지금 베트남에 필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자본 축적의 시간과 기술, 경험을 배울 시간이 필요합니다. 동`서양 융합의 문화와 양질의 국제화된 노동력으로 세계인을 유인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베트남 스스로 손님 맞을 채비를 할 것이고, 베트남의 긴 해안선은 추위를 피해 휴양하는 북반구의 사람들로 가득 찰 것입니다. 황사와 나쁜 공기를 피해 온 부유한 중국인들로 넘쳐날 것입니다. 그러면 베트남의 ‘배 채우는 전쟁’은 종결될 것입니다.

 

남은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자존심 강한 베트남이 배부른 베트남으로, 여유 있는 베트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베트남인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호찌민에 있는 전쟁박물관에 가면 끔찍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고엽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기형적으로 출생한 후대들의 실상입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아직도 현재입니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분명 있을 듯합니다. “우리는 참 비슷합니다.” 

 

 

 

매일신문 : 2015-06-16

 

공유스크랩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