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TPP 빠진 한국 중간재시장 日에 밀려…車 가격경쟁력 흔들
섬유공장 베트남 집중
국내산업 공동화 우려…철강·건설은 영향 적어
◆ TPP 전격 타결 ◆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지도를 바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일(현지시간) 타결되면서 '한국 수출 충격파'를 둘러싼 우려감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TPP에서 배제된 한국이 중간재 수출 시장과 자동차 부품·섬유 시장에서 참여국들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 중간재 수출관세나 원산지 규정에서 일본에 밀려 거래비용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섬유 산업에서도 동남아 국가들에 공급처를 뺏길 여지도 커졌다.
TPP 협상 타결로 참여국인 일본이 거두게 될 최대 무역 효과는 단연 중간재 수출 확대가 꼽힌다.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이 높은 일본은 한국의 가장 강력한 중간재 수출 경쟁국이다. 한국 수출품의 70%, 일본 수출품의 60%가 중간재로, 30~50% 수준인 다른 나라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이 TPP에 불참한 사이 일본은 나머지 11개 TPP 참여국으로의 중간재 관세를 낮춰 수출할 총체적인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간재 수출 규모는 일본이 1260억달러, 한국이 1181억달러 수준이다. TPP에 참여한 국가 중에서 핵심 중간재 공급을 맡은 건 한국과 일본인데 한국이 빠질 경우 일본으로의 무역 전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재 시장에서 일본의 추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반면 일본은 TPP 참여국에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무역 창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한국이 빠진 채 일본만 TPP에 참여하면서 역내 국가들의 원산지 규정도 한국 중간재 수출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가령 국내 전자 업체 A가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한 뒤 액정화면(LCD)을 생산하고, 이를 멕시코에 수출한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이 TPP에 가입했다면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하고 멕시코에 수출할 때 원산지 규정을 적용받아 관세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TPP 불참 탓에 관세 인하 혜택을 적용받기 어렵다. 지금도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 남미에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이 같은 구조다.
일본 자동차 부품 품목 80%에 부과되던 관세(2.5%)가 미국과 일본의 TPP 협상을 통해 사라지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TPP 불참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TPP에 불참하면 현대·기아자동차처럼 이미 미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남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일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일본산 완성차가 관세가 하락한 부품의 가격경쟁력 '뒷심'에 힘입어 TPP 참여국에 진출할 때 한국이 배제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특히 멕시코나 말레이시아는 완성차 수입 시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어 완성차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알려진 일본산 자동차에 비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섬유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국내 공동화(空洞化)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의 일부 섬유 기업들은 관세 인하 효과를 염두에 두고 베트남에 원사공장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PP로 미국 섬유·의류에 대한 수입관세가 인하되거나 사라지면 생산기지인 베트남의 의류 수출이 증가할 것이 기대돼서다.
베트남의 미국 의류 수출 시 관세(11.6%)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TPP 참여국 내에서 만들어졌다는 역내산을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이 TPP 참여국이라면 섬유 소재를 베트남으로 수출할 수 있지만, 한국의 TPP에 불참하면 베트남 의류 생산 기업들이 누적 원산지 기준을 활용하고자 섬유 소재 공급처를 한국이 아닌 베트남 일본 말레이시아 등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철강 업종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데다 일본 제품의 가격대가 높아 관세 인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기자재 등 주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업종은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MK :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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