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베트남 진출, ‘황금빛 그림’만 그리면 큰 코 다쳐”
“기업가들 사이에서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소문나 있다는 걸 들었어요. 그러나 베트남이 결코 무조건적인 기회의 땅은 아닙니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사전 준비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박병국 코트라 하노이무역관 부관장은 지난 21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무역관 집무실에서 만나 베트남으로 몰려드는 한국 기업을 향해 이 같이 조언했다.
박 부관장은 “언론에서도 성공사례만을 주로 내보내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제조업을 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황금빛 전망’이 많이 퍼져 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베트남도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부관장은 노동력 수급의 어려움, 선별적 혜택으로 바뀌어가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 자국 기업간 경쟁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베트남 시장 상황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박 부관장은 “베트남이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력이 풍부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초기 진출 기업에 비해 현재 들어오는 기업이 영유하는 메리트는 점점 적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내 주변에는 어느 정도 투자가 포화돼 요즘에는 공장을 짓기 위해 하노이 시내에서 한 시간반 이상 떨어진 외곽으로 내려가야 한다”라며 “그러다 보니 공장 주변에서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 역시 무조건적으로 외국 기업에게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부관장은 “정부가 혜택을 주는 산업 분야가 줄어들고 있다”며 “자국산업 발달에 도움이 되는 하이테크 산업이나 부품소재 산업에 인센티브를 주로 제공하고, 단순노동만 필요한 노동집약적 산업에는 혜택을 거둬들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우는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낙후된 지역에나 들어가야 정부의 인센티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지금 단계에서는 너무 ‘장밋빛 전망’만을 꿈꾸며 들어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부관장은 한국 기업간 경쟁도 고려해야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에 4500여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베트남 시장 규모 대비 많이 들어온 수치”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기업간 현지 경쟁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박 부관장은 삼성전자 등 대형 고객사 한곳만을 보고 들어오는 한국 협력업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1~2년 하다가 주저 앉은 분들도 적지않게 봤다”며 “장기적인 비전과 사업의 출구전략을 철저히 준비해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인의 특성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수요소로 꼽았다. 박 부관장은 “베트남 사람들은 주먹구구식 업무지시보다 정확한 규정과 매뉴얼을 통한 업무지시를 주로 받아들인다”며 “현지 인력이동이 잦은 한국 중소기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 같은 업무 매뉴얼 체계가 잡히지 않은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사람들은 소득수준에 비해 똑똑하고, 교육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만일 조금 못사는 나라라고 해서 직원을 함부로 대한다던지 체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려 한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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