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베트남, 미·중 ‘등거리 외교’ 본격화 신호?
베트남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4일 호찌민시의 옥황사를 찾아 합장하고 있다. 호찌민/AFP 연합뉴스
‘친중’ 성향 당·정부 지도부
미국 당겨 대중 압박수단 확보
미, 베트남 인권 비판 톤은 낮춰
오바마 “작은나라 괴롭히지마” 견제
중 “나라 크기가 관건 아냐” 발끈
“인권을 지키는 것은 집권 안정에 위협이 아니다. 오히려 안정성을 강화시키며, 진보의 기초가 되어준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베트남 활동가들을 만난 뒤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론 자유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베트남 인권 상황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인권 행보’는 하루 전 발표된 무기수출 금지조처 전면해제 등 양국 관계 개선의 후광에 가려진 모양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은 많은 면에서 주목할 만한 족적을 남겼지만,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는 식으로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베트남 당국을 강하게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서 인권 문제가 부각되지 않은 배경은 ‘친중’ 성향의 베트남 새 지도부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12차 베트남공산당 대회에선 중국에 유화적인 응우옌푸쫑 서기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친미·개혁 성향으로 유력한 경쟁자였던 응우옌떤중 총리는 실각했다. 뒤이어 지난 4월 후임에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선출됐다. 당과 정부의 최고지도부 상당수를 중도보수 및 온건파가 장악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베트남 지도부에 대한 구애 공세일 수 있다. 미국으로선 지난 10년 동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가입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완화 등을 이끌며 남중국해 문제에선 중국을 향해 강경노선을 취했던 응우옌떤중 전 총리 이후 새 지도부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는 ‘정부’보다는 ‘당’을 중시하는 모습 탓에 ‘당 대 당’ 교류의 특수관계가 가능한 중국을 더 가까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면, 베트남으로선 오바마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부쩍 가까워진 대미관계를 대중관계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 사이에서 ‘실리 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베트남이 미국을 통해 대중국 압박 수단을 확보한 셈이다. 응우옌푸쫑 서기장은 지난해 베트남전 종전 40돌에 맞춰 미국을 방문해 중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노이의 한 소식통은 “중국 일각에서 오바마가 임기 말이 돼서야 방문한 데 대해 ‘이미 늦었다’며 비아냥거리는 시각이 제기되는 건 베트남으로선 오히려 내심 바라던 언급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이 어느 한쪽 편에 확 기울어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한 것도 베트남으로선 은근한 힘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라마다 주권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크거나 작은 나라인지와 상관없이 영토는 존중돼야 한다”며, 특히 중국을 겨냥해 “큰 나라들이 작은 나라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의 크기가 그 국가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돼선 안 된다”며 “국가의 크고 작음이 ‘관건’이 아니라 당사국이 성의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한겨레 : 2016-05-24
- 지난 수십 년간의 베트남 10대 수출 시장 변화… 미국이 20년간 1위 유지 2022-10-26
- 2025년까지 애플 에어팟의 약 65% 베트남에서 생산 예상…, 생산지 이전 가속 2022-09-23
- 베트남 2022년 7개월 동안 수출입 회전율 약 14.8% 증가 2022-07-31
- JETRO: 일본기업 1,400여개 베트남 이전.., 미-중 무역분쟁 영향 2020-08-18
- 베트남,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주목 202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