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외국기업 현지 진출 봇물…지재권 등 분쟁 여지 최소화해야
◆ 베트남 도이머이 30년 ② ◆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섣불리 베트남 컨설팅 업체를 통해 현지 법인을 세웠다가 1년을 허비했다. 처음엔 저렴하고 빠른 일처리가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수개월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A사만 있어야 할 법인 주주 명단에 컨설팅 업체 베트남 직원 B씨 이름이 올라 있었던 것. B씨는 A사가 베트남어를 모른다는 점을 노리고 회사 지분을 가로채기 위해 법인 관련 서류를 작성·제출해주면서 일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A사 대표는 "최근 외국인 투자가 가장 활발한 국가여서 현지 업체를 믿고 비용을 아껴보려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황당한 사기 사건처럼 보이지만 국내 최초로 2006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 법률 자문을 수행해온 법무법인 로고스(대표 김건수)가 실제로 맡았던 사건이다. 로고스 호찌민 사무소장을 지낸 박희경 변호사(34·사법연수원 42기)는 "당시 A사가 지분을 되찾아오는 데 꼬박 1년이 걸렸고 초기 비용의 3배나 더 비용이 발생했다"며 "베트남 내 외국인 투자는 늘고 있지만 아직 사회성숙도가 낮아 투자자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연 성장률 7%를 기록하며 '세계 경제 견인차'로 떠오르면서 외국인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고, 그중 우리나라 투자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 2월까지 한국의 누적 투자량은 5058건에 53조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신규 투자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 3월 기준 145건에 6000억원 규모로, 2·3위인 일본과 중국을 크게 앞섰다. 베트남 당국은 과거에 비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있지만 △법령 미비 △부정부패 △현지 파트너와의 분쟁 △공무원 책임의식 부족 등 투자 장애 요인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워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아직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 C사는 자사 제품을 베트남에 수출하면서 현지 유통업체 D사에 홍보와 판매를 맡겼다. 문제는 D사가 C사 몰래 한 특정 제품 상표권 등록을 베트남 당국이 승인해줬다는 것이다. C사는 과거 D사와의 거래 내역, 현지에서 C사 브랜드 인지도 등을 소명한 후에야 부정하게 등록된 D사 상표권을 취소하고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해외사업팀장 류두현 변호사(55·18기)는 "수출입 계약서를 쓸 때 지식재산권 조항을 삽입하고, 상표권도 등록해 두는 등 법률적 방어 조치를 미리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MK증권 : 201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