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롯데, ‘페이퍼컴퍼니’ 통해 베트남·러에도 수상한 투자
핵심 계열사 호텔롯데 등이 거액 출자
檢, 대주주 `비자금 저수지` 찾기 집중
검찰이 롯데그룹이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의 손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대주주 일가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주목하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신동빈 회장(61)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법인에 거액을 출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국 외에 베트남 러시아 등에 사업을 확장할 때도 조세피난처(tax haven)의 국외 법인들을 적극 활용했다.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스위스 '로베스트'와 롯데쇼핑이 중국 럭키파이를 인수하기 위해 케이맨제도에 세운 롯데홈쇼핑코(LHSC) 외에도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거래가 없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코랄리스의 수상한 공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베트남 하노이 복합단지 건설을 위해 인수한 룩셈부르크 법인 '코랄리스'에 무려 1100억원을 출자하고 있다. 코랄리스는 과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선용 씨가 역외 탈세에 이용했던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페이퍼컴퍼니의 최대주주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09년 7월 인수 당시 롯데자산개발은 코랄리스 지분 100%를 697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롯데자산개발이 이 회사의 주요 주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자산개발이 2개월 뒤 10%를 69억7000만원에 인수한 것을 잘못 기재했다고 공시를 수정했다. 황당한 공시 실수로 인해 두 기업이 외부의 이목을 끌지 않고 지분을 늘릴 수 있었던 셈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코랄리스의 7년 연속 적자에도 연일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배력을 확대했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코랄리스 지분은 2009년 11.5%에서 2015년 45%로 계속 늘어났다. 롯데쇼핑도 마찬가지로 2009년 25%에서 2015년 45%로 꾸준히 지분을 늘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모두 90%의 지분을 취득하기까지 과정은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지분 취득은 2015년 당기순손실 551억원에 달하는 코랄리스의 부진한 실적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거액의 재정 부담을 감수하면서 페이퍼컴퍼니에 출자하고, 이 법인을 통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신축·개발에 약 4500억원을 투입했다.
◆ 국외 계열사 지분 계속 늘려
또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사업을 위해 네덜란드에 세운 지주회사 롯데유럽홀딩스에도 거액의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출자 규모는 총 1600억원이 넘는다.
2015년 1월에는 호텔롯데가 롯데유럽홀딩스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22.9%에서 38%로 확대하기도 했다. 2008년 12월 처음 출자할 당시 12.4%와 비교하면 지분율이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다른 국외 법인과 마찬가지로 롯데유럽홀딩스가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도 5년 연속 이어지는 적자다. 당기순손실이 2015년 1058억원, 2014년 2651억원에 달했다. 2014년에는 호텔롯데 지분법 손실 771억원 중 600억원이 롯데유럽홀딩스에서 인식됐다.
이처럼 부실이 쌓이자 2013년 국세청도 롯데쇼핑 세무조사에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국외 법인과 롯데쇼핑의 거래내용을 집중 조사했다. 롯데쇼핑이 럭키파이 인수를 위해 케이맨제도에 설립한 LHSC에도 계열사 돈 1900억원이 흘러간 것으로 나타나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
◆ 정책본부 핵심 실무진 소환 조사
검찰은 이날 이봉철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부사장)과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를 지난 16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채 대표는 이 부사장의 전임자고, 정책본부 지원실은 롯데그룹 전체의 자금을 관리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책본부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재산을 관리한 조직"이라며 "정책본부가 계열사 간 투자나 자산·해외 거래를 주도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실무진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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