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20代 베트남 주부 “13억 빌라 계약서 주세요”
[대우건설이 짓고 분양하는 신도시 스타레이크시티 가보니]
한국의 강남 개발을 롤모델로 여의도 면적 3분의 2 규모 건설
8억~27억 고급빌라 우선 분양… 주변 부동산 시세까지 올려
지난 20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시청에서 북서쪽으로 5km 떨어진 따이호(西湖) 서쪽 지역. 펜스를 둘러친 신도시 건설 현장에 들어서자 서울 여의도 면적 3분의 2 규모인 207만㎡의 광활한 평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부지 내 남쪽에서는 단독주택 100여 채의 골조가 한꺼번에 올라가고 있었다. 펜스 바깥에서는 외국 대사관 등이 들어설 '외교 단지'와 현지 건설사의 고층 빌딩 건설 공사도 한창이었다.
이곳은 대우건설이 개발 기획부터 분양까지 맡는 '스타레이크시티' 건설 현장이다. 하노이시(市)는 무질서하고 포화 상태에 이른 시청 주변 구(舊)도심 역할을 분산할 '제2 도심' 건설을 추진 중이다. 스타레이크시티는 제2 도심 중심에 재정부·국토부 등 8개 중앙정부 청사, 주요 상업 시설, 국제학교, 고급 주거 지역이 들어서는 신도시다. 서울로 따지면 서울의 강남을 만드는 대역사(大役事)를 대우건설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총사업비는 25억2800만달러(약 2조9000억원). 2012년 11월 착공했다.
▲ 지난 20일 대우건설이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 중인 스타레이크시티의 단독주택 모델하우스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주택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주택의 공식 분양은 다음 달 4일에 시작하지만 이미 182채 가운데 175채가 가계약됐다. /하노이=장상진 기자
스타레이크시티 프로젝트 법인(대우건설 100% 자회사) 대표인 이권상 대우건설 전무는 "한국을 본보기 삼고 싶어 하던 베트남 정부에 대우건설이 1996년 '1970년대 강남 개발 방식의 신도시 건설'을 제안해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판 강남 개발 중
20일 오후 3시쯤 베트남 하노이 시내 번화가 탄옌 거리에 있는 스타레이크시티의 단독주택용 모델하우스에 6개월 된 딸을 안고 흥란(28·주부)씨가 들어왔다. 그는 "가(假)계약금 4억동(VND·2072만원) 입금했으니, 확인하시고 계약서 갖다달라"고 직원에게 말했다. 계약서에는 최종 분양 가격이 '251억VND'(13억원)라고 적혀 있었다. '너무 비싸지 않으냐'는 물음에 "내 남편이 해외 사업을 크게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손님이 30분 사이에만 다섯 팀 다녀갔다.
다음 달 공식 분양하는 단독주택 1차 물량은 단지 내 인공호수 주변, 개별 필지당 대지 면적 132~399㎡에 짓는 3~4층짜리 182채다. 이달 초부터 2000여만원을 받고 동(棟)과 호수를 확정해주는 가계약을 시작하자 20여일 만에 182채 가운데 175채가 선점됐다. 분양가는 72만~235만달러(약 8억3000만~27억1000만원)다.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228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가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초(超)부유층을 집중 공략했다. 백영근 분양소장은 "한국식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초부유층 명단을 입수해 전화로 '최상류층에게만 제공하는 기회'라는 식으로 마케팅한 게 적중했다"며 "베트남에서 누리는 '한국' '대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주변 부동산 시세까지 올려
스타레이크시티는 현재 전체 부지에 대한 상하수도와 전기·가스 등 인프라 조성 공사가 80% 끝난 상태다. 2018년까지는 빌라 총 400가구를, 2018~2019년에는 아파트 600가구를 단계적으로 분양한다.
동시에 사업지 내에 있는 상업 및 업무 시설 용지 분양도 추진한다. 총 27만5000㎡(8만3200평) 규모로 조성되는 상업 용지는 삼성동의 코엑스나 영등포의 타임스퀘어 같은 복합 문화 시설 및 호텔, 초고층 오피스 빌딩 등으로 개발된다.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파급효과가 미치고 있다. 스타레이크시티 인접 23층짜리 쌍둥이 빌딩 '넘버4'는 작년 하반기 골조가 완성된 상태에서 3.3㎡당 평균 1100만원 수준에 분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웃한 스타레이크시티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돌연 기존 계약을 모두 파기하더니, 작년 말 3.3㎡당 1400만원에 새롭게 분양을 진행 중이다. 계약률은 현재 80% 이상으로 알려졌다.
박병국 코트라(KOTRA) 하노이무역관 부관장은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며 "한국 건설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닷컴 :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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