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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짜오! 베트남] 사범대 인기 시들…외국기업 취업 잘 되는 ‘동양학부’ 커트라인 쑥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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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ㆍ일어 등 능통자 수요 급증
하노이대 동양학부 상위 12위에
교사는 박봉에 채용 적체 겹쳐
‘평가 후 계약 연장’도 악영향
취업 걱정 없고 학비ㆍ생활비 지원
경찰ㆍ군 관련 대학 부동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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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산업대 관계자들이 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입학 상담을 하고 있다. 뚜이쩨 캡쳐


한국 학생들이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있는 요즘 베트남에선 신학기 입학시즌을 맞아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쇼핑몰에선 가방과 학용품 매출이 치솟고 교복 판매점도 북적댄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전국고교시험(수능시험)을 치른 대입 수험생과 그 부모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교육훈련부는 응시자 86만명에 대한 시험성적을 통보했고, 이들로부터 응시원서를 접수한 각 대학들은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현지 매체와 교육 전문가들은 앞다퉈 각 대학의 합격 예상 점수와 인기 학과(대학)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의 1위’ 치안ㆍ안보 관련 학과

합격 예상 점수를 놓고 보면 최정상에는 한국의 경찰대에 해당하는 인민안보연구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능점수 30점 만점에 30.5점 이상을 받아야 입학할 수 있는 대학으로 우수한 성적은 물론 ‘플러스 알파 점수’가 필수다. 가점은 베트남전 참전 등 국가유공자, 소수민족, 저소득층 자녀에게 주어진다. 현지 일간 띠엔퐁은 이 대학의 인기에 대해 “다른 대학이 갖지 못한 특별한 게 분명히 있다”라며 “학생보다 학부모들이 더 간절히 원하는 대학”이라고 소개했다.

인민안보연구원을 비롯해 인기 상위권인 경찰 및 군 관련 대학의 경우 ▦학비가 전액 면제되고 ▦졸업 후 취업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학기 중 생활비가 지원되며 ▦학업기간이 졸업 후 근무기간에 포함되는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업무 특성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한 학부모는 “사회 요직으로 통하는 등용문임이 분명하다”라며 “하지만 일반인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학교”라고 말했다. 입학생 부모가 공산당 간부이거나 군ㆍ경에 몸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인민안보연구원 지원자에 대해선 수험생 본인은 물론 집안 배경에 대한 검증도 이뤄진다. 신체 조건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데, 남학생의 경우 신장 164~180㎝, 체중 48~75㎏, 여학생은 각각 158~172㎝, 45~57㎏을 충족시켜야 한다. 시력 0.9 이상, 치아 28개 이상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불명확해도 입학이 불허된다. 루엉 콩 노 해양대 총장은 “많은 학생이 직업에 대한 열정보다는 기숙사, 생활비가 포함 된 장학금, 취업 안정성을 들어 경찰과 군 관련 대학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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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든 인민안보연구원 재학생들이 수험생들에게 학교를 홍보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쳐


외국기업 근무 확률 높은 학과 인기

올해 들어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학과 등이 포함된 동양학부의 약진이다. 특히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의 동양학부가 합격선 상위 12위에 랭크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위 안팎의 순위를 기록하던 학부다. 온라인 매체 베트남넷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그에 따른 통역사 수요 증가가 인기 배경”이라며 “베트남웍스 등 취업정보업체들은 외국어 숙련자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소개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의 첫 월급은 일반 직장인보다 두 배가량 많은 400~700달러(약 45만~80만원) 수준이며, 1,000달러(약 114만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베트남 1인당 GDP는 2,200달러를 기록했다.

무역관련 학과도 지속적인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노이 외상대(Foreign Trade University) 인민경제학과와 호찌민 외상대의 경영관리학과도 상위 21위에 올랐다. 졸업 후 해외 근무 기회가 많은 데다 동양학부와 마찬가지로 외국계 기업 취업 확률이 높아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의사의 직업 안정성이 높고, 수입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게 주요 배경이지만 베트남의 열악한 의료환경도 인기 이유로 꼽힌다. 하노이 파스퇴르 의대가 2015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지원 이유로 ‘가족을 직접 돌보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네 번째로 높았다. 설문에 응한 한 학생은 “아버지가 병원 신세를 자주 지는데 그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가족을 병원에 보내는 대신 직접 치료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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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치러진 수능시험 감독에 나선 학교 교사들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0년차 이상의 교사들 월급은 35만~50만원 수준으로 열악한 편이다.

갈수록 인기 하락하는 교사

사범대의 인기는 확연하게 시들었다. 인구 증가세와 더불어 교사 수요가 높아 한때 최고인기 학과의 명성을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대입 시험 평균 합격선은 20점(30점 만점) 정도에 머물고 있다. 중부 응에안성 빈대학의 경우 15.5점만 받으면 입학이 가능한 것으로 예측됐다. 사범대의 인기 하락은 교사들의 급여가 비교적 낮고 제공되는 복지수준이 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찌민시 6군 교육청에 따르면 5년 차 미만 교사들의 경우 각종 수당을 포함해 월 260만동(약 13만원)을 받는 데 그쳤고, 10년차 이상 교사들도 월급이 700만~1,000만동(약 35만~5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 베트남 정부가 공교육 강화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교사 채용 시스템 개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교사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 매년 평가를 하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고용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고용 적체현상도 교사 인기 하락의 배경이다. 사범대를 졸업하고도 교단에 서지 못하는 이들의 수가 2014년 3만5,000명에서 2015년 4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호앙 쑤언 씽 하노이 사범대 교수는 “사범대의 인기 하락은 결국 국가 인재를 양성하는 교사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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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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