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베트남 화폐 은행서도 달러환전 힘들어
베트남 경제도시 호찌민에서 지난 22일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비나신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베트남 최대 국영조선회사인 비나신그룹 채무불이행이 몰고 올 파장을 한국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비나신그룹은 23일 600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이 비나신에 700만달러를 대출해준 것으로 처음 확인되면서 국내 금융권이나 기업에 미칠 파장도 주목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다른 외국 은행단과 함께 비나신에 융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찌민 소재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호찌민에 현지 은행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같은 악재를 만나 답답하다"며 "융자액이 그리 크지 않아 비나신이 부도처리돼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은행들이 보유한 달러가 바닥이라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은행들은 베트남 화폐를 달러로 환전해주지 않고 있다.
매매 기준 환율은 달러당 1만9500동(베트남 화폐)이지만 암시장에서 2만1000동을 지불해야 겨우 달러를 구할 수 있다.
그만큼 베트남 화폐가치가 기준 환율보다 10%가량 떨어진 것이다.
박봉철 IBK기업은행 호찌민 지점장은 "베트남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철강이나 페인트 업종 등 베트남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신현재 한국증권 베트남법인 차장은 "비나신 사태는 새로운 게 아니라 계속 곪아온 것이 비로소 터진 것이지만 이번에 베트남 은행과 공기업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비나신그룹은 방만ㆍ부실경영과 응히엠 회장 횡령으로 회사 재정부실이 표면화했다.
베트남 국내외에서는 비나신 사태가 자칫 베트남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무역적자를 비롯해 외환보유액 부족, 치솟는 물가 등 산적한 현안 속에 '금융회사 부실화'라는 폭탄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비나신 측이 밝힌 총채무는 44억달러(5조원)였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대비 4.5%에 달한다. 그러나 언론들은 알려지지 않은 대출을 포함하면 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나신 외에도 대부분 국영기업들이 비슷한 문제를 짊어지고 있어 국영기업에 대한 베트남 국내 은행 대출이 부실해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국영은행 대출 중에서 국영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 & P는 "위기 발생 시 금융권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며 "구제금융 필요 규모는 베트남 GDP 대비 60%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베트남 국내외 언론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도 경제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장 베트남 통화인 동화에 대한 평가절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올해 두 번에 걸쳐 총 5.2%를 평가절하했다. 추가적인 평가절하를 통해 동화 가치를 5%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암시장에서도 동화가 10% 이상 평가절하된 상태에서 환전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5% 절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평가절하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더 높게 할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베트남 물가상승률은 지난 11월 11%를 넘어서며 두 자릿수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베트남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란 것 역시 확실한 효과를 가져올 특효약은 아니다 보니 경제위기설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매일경제 | 2010.12.2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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