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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40대… 출생신고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비나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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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뉴시스

최근 이혼한 베트남 여인과 결혼해서 딸을 출산한 40대 중반의 A씨는 딸의 출생신고를 위해  시청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시청의 출생신고를 담당한 여직원이 아이의 출생 신고를 받아 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가 안 된다니? A씨는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청 여직원이 A씨 자녀의 출생신고를 받을 수 없는 사유로 든 것은 민법조항이었다. 현행 민법에는 ‘혼인관계 종료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A씨의 베트남 부인이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인의 자녀는 법률상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 시청 직원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직원은 A씨에게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태어난 자녀와 부인의 전 남편 사이의 친생자부존재확인 판결문과 확정증명원, 베트남에 자녀의 출생등록 증명서, 자녀의 베트남 신분증(여권), 한국 병원출생증명서 등의 필요하다며 서류를 갖추어 오라고 요구했다.
 
친생자부존재확인 판결문은 소송을 통해 태어난 아이가 전 남편의 자식이 아닌 것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다. 민법에 따르면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생부의 아이로 등록하려면 ‘친생부인의 소’라는 재판을 통해 전 남편의 자녀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더해 자녀의 베트남 출생증명서까지 제출하라니 A씨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출생증명서를 받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금전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씨는 한국에서 태어난 자기 딸이 왜 베트남 국적자가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A씨는 백방으로 알아보기 시작했고, 법률구조공단의 무료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상담 변호사는 “해당 민법이 워낙 말이 많아 지난 9월 개정되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혼 후 300일 안에 태어난 자녀도 전 남편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생부를 아버지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이다.
 
상담 변호사는 “‘친생부인의 소’ 대신 태어난 자녀와 친아버지 관계임을 입증하는 ‘인지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며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소개해주었다. A씨는 인지청구소송을 위해 DNA 검사를 했고, 태어난 자녀가 친자임을 확인받았다.
 
A씨는 다시 시청 담당 직원과 통화를 해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시청 직원은 ‘친생부인의 소’나 ‘인지청구소송’ 둘 중의 하나의 법원 판결문을 받아 오면 출생 신고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청에서 아이의 베트남 출생증명서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었다.
 
사연을 들은 기자가 직접 시청의 담당 직원과 전화통화를 해보았다. 담당 직원은 “우리도 A씨의 사연이 안타까워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며 “A씨 같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법원에 문의해가면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국제결혼이 많기 때문에 A씨처럼 전 남편과 이혼 절차가 끝나기 전 아이를 갖는 경우가 많지 않은지?

“그런 경우는 많지만, A씨처럼 이혼 후 300일 내 아이를 가지고, 그 아이가 태어난 후 혼인 신고를 한 사례는 없었다.”
 
-민법이 개정되어 ‘친생부인의 소’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아직은 개정법이 시행 전이기 때문에 ‘친생부인의 소’ 나, ‘인지청구소송’ 판결문 둘 중의 하나를 가져오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은 둘 다 비슷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녀의 베트남 출생증명원은 왜 필요한가. 남편의 국적을 따르면 안되는지.

“A씨의 경우 자녀가 태어난 후 혼인신고를 했다. 아이가 태어날 시점에는 혼인외자가 되는데, 이럴 경우 국적법에 어머니의 국적을 따른다고 되어 있다.”
 
A씨와 재혼한 베트남 신부는 전 남편의 경제적 무능함과 사실상 행방불명 상태라는 것이 감안되어 이혼판결을 받았다. 이혼 과정 중에 A씨를 만나 아이를 낳았는데, A씨는 “이혼을 하는 과정이 10개월 가까이 되는 바람에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혼인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A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부인을 보호하려고, 아이를 좀 일찍 가진 겁니다. 아니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혼인 신고를 하려고, 한국의 이혼 확정판결 서류를 비행기로 베트남에 보내서 거기서 다시 이혼 처리를 했고, 그 서류를 한국에서 받아서 법원에 제출해서 혼인신고가 된 겁니다.”
 
A씨는 “이때 신부의 베트남 현지 출생증명서, 주민등록증, 혼인상황확인서, 혼인요건인증서 등 많은 서류를 번역하고 공증해야 하는데 비용이 400만원 이상 들어간다”며 “나는 그나마 부인의 친척이 베트남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어서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들의 도움없이 개인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서류가 완비되는데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렇게 했으면 아직도 혼인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런 것 때문에 신경이 쓰여 일도 제대로 손에 안 잡힙니다. 멀쩡히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못 하고 있으니 퇴근 후 아이 얼굴 보기조차 미안해지더군요.”
 
A씨는 “시청 직원이 일단 출생신고를 한 후에 서류를 작성해줄테니 출입국관리소에서 딸의 한국 국적을 취득하라고 했다”며 “담당 변호사도 현재로서는 아이가 2중 국적이 되는데 인지청구소송만 일단 진행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변호사를 두 명이나 만나 상담을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인지청구소송을 진행할 전문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관련 서류 10여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보니 시청 담당자나 법원의 관계자도 서로 잘 몰라서 미루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출입국관리소에서 국적 취득을 하라니…. 뭐 하나 딱 부러지는 설명을 해주는 사람도 기관도 없으니 답답하기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A씨의 자녀 출생신고 고군분투기는 아직 진행중이다. 그는 “아버지가 멀쩡한 한국 사람인데 자식을 베트남 국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친자 확인이 된 자녀의 출생 등록이 이렇게 복잡하면 돈 없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PUB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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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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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철밥통들이 하는일이 그렇지
개돼지들
00:45
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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