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체제 유지한채 美와 관계개선… 김정은 ‘베트남 모델’ 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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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김정은 ‘정상국가 구상’ 속내는
“북한이 앞으로 베트남처럼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남북 대화 국면이 움트던 1월,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도 “급박하게 펼쳐지는 지금의 양상을 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베트남식 모델을 생각하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수교한 베트남은 김정은이 원하는 ‘정상 국가화’와 가장 흡사한 모델 중 하나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역학 관계를 둘러싼 복잡한 계산이 이면에 숨어있어 현실화하기까지는 다양한 걸림돌이 놓여 있다.
○ 反美에서 “친구”로 바뀐 베트남
베트남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격렬한 내전을 겪었다. 월맹이 승리한 이후 베트남은 지금까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전 초반 중국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과 싸웠던 월맹은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였다. 베트남과 북한은 평양과 하노이에 각각 대사관을 둘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나 베트남은 시장 경제를 수용하고 1995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북한과 다른 길을 걸었다.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수교 20주년을 맞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찾은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우리는 적에서 친구로 탈바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어 정상 국가화를 노리는 김정은이 이런 베트남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현재 북-미 정상회담의 틀을 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미대사관 개설 등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도 무관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수교를 통해 대북 제재 굴레를 벗고 경제 발전으로 체제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김정은의 구상으로 보인다”며 “젊은 나이로 장기 집권을 자신하는 김정은이 통치 기간 동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 관건은 미중의 역학 관계
현재 베트남과 북한 모두 국경을 접한 중국과 소원한 관계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갈등으로 중국과 삐걱대고 있고, 북-중 관계는 김정은이 “중국과 담을 쌓고 있다”고 할 정도다. 미국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은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5일 베트남에 입항했다. 자연히 베트남이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구상하는 북-미 수교가 현실화되면 중국의 위기의식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북-미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 수준의 전략적 변환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김정은은 ‘G2’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타기가 가능해지고, 두 국가로부터 경제 발전의 도움을 경쟁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시나리오의 관건은 중국의 의중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추시보의 10일 보도에도 중국의 고민이 엿보인다. 이 신문은 “중국이 (아시아권에서) 주변화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이라고 논평했다. 또 북한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 文의 ‘신(新)경제지도’의 키는 북한과 베트남
여기에 북한과 베트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다. 신북방정책 성공의 열쇠가 북한과 러시아라고 한다면,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는 베트남이다. 청와대는 두 경제협력 축을 연결해 평화의 번영의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한반도 평화 국면으로 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의 현실화가 더 앞당겨졌다”고 보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볼 것이냐는 문제는 미중 관계는 물론이고 러시아까지 관련된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라며 “북-미 관계 정상화도 예단하기 힘든 만큼 단기간에 판가름 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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