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무역전쟁에 생산라인 동남아로 이전 고민하는 기업 늘어
FT “美 바이어와 수출업체에 중국 내 생산 재검토하도록 압박”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가속하면서 미국의 관세위협을 피해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바이어들과 수출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에 기반을 둔 제조업자들과 미국의 바이어에게 생산시설과 생산망을 재검토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7월 초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한 데 이어, 2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같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했다.
FT에 따르면 이처럼 미 중간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의 패션 브랜드인 스티브 매든은 중국 내 핸드백 생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캄보디아의 생산 비중을 늘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핸드백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로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200억 달러의 수입품 목록에 포함돼 있다.
3년 전부터 중국뿐 아니라 캄보디아에서도 핸드백을 생산하고 있는 스티브매든은 캄보디아의 생산 비중을 올해의 15%에서 내년에는 30%로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자사 제품의 약 93%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가전 회사인 후버에 제품을 공급하는 홍콩의 테크트로닉스도 베트남 내 생산을 늘릴 방침이다.
테크트로닉스의 조지프 갈리 회장은 "중국이 앞으로 10년 동안에도 여전히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로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겠지만 우리는 생산비가 적게 드는 나라들과 미국에서의 생산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중 무역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베트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청년공업협회의 클라라 찬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제품의 질을 높이거나 생산거점을 옮기는 등의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의류·장난감 아웃소싱 기업인 리앤펑의 스펜서 펑 CEO는 "많은 사람이 중국 밖으로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새 국가에서 생산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1∼2년의 세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최근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베트남이 덕을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본의 에어컨 제조사인 다이킨, 테크트로닉스 등이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다.
유럽과 미국의 패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의류회사 상당수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겼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조업자들과 미국의 바이어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중국이 앞으로도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중국의 세계 의류 수출 비중은 35%로 압도적 1위였다.
반면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의류 수출 비중은 방글라데시 6.5%, 베트남 5.9%, 캄보디아 1.6% 등으로 중국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한국일보 :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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