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 2NE1, 베트남서도 `내가 제일 잘 나가`
"꿈에서나 볼 것 같던 투애니원(2NE1)을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마치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너무 예뻐요."
무대 중앙 전광판에 멤버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흘러나오자 3500석 규모의 국제회의장에서는 커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2NE1을 연호하는 관객들의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데뷔곡 `파이어(Fire)`의 전주가 울려퍼지며 이날의 주인공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2NE1의 리더 씨엘이 모두 일어나라고 외치자, 공연장 안전요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일어나 노래에 맞춰 함께 뛰기 시작했다. 팬들은 무대에 가까운 복도로 달려나와 카메라에 2NE1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류 아이돌 가수 2NE1이 첫 베트남 공연을 성황리에 끝마쳤다. 이날 공연은 콘크리트 혼화제 등 건설소재를 생산하는 실크로드시앤티와 베트남 한국문화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 주최했다. 내년으로 20주년을 맞는 한국-베트남 수교를 기념해 두 나라간 대중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고 베트남 불우 청소년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다.
첫곡에 이어서 `론리``아이돈 케어``내가 제일 잘 나가``어글리``고 어웨이` 등 히트곡이 줄줄이 이어졌다. 멤버들의 화려한 춤동작 하나하나에 베트남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관객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멤버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노래에 맞춰 `투애니원 사랑해요` `I LOVE YG, I LOVE 2NE1`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야광봉도 흔들어댔다. 음악과 관객들의 발울림이 공연장을 끊임없이 울리게 했다.
베트남 가수들의 참여도 열기를 더했다. 베트남 아이돌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한 푸엉비, 2008년 베트남 올해의 아이돌인 탕주이 등 베트남의 인기 가수들은 투애니원의 `론리(Lonely), 드라마 풀하우스 주제곡 `운명` 등을 부르며 한류 열풍을 실감케 했다. `LYNT``St.319` 등 베트남 K-Pop 커버댄스팀도 2NE1 못지않은 무대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연장에서 만난 항씨(21)는 "2NE1이 눈앞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니 꿈만 같다"면서 "베트남까지 찾아와 공연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링씨(20)도 "너무 기뻐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빅뱅이나 엠블랙 같은 아이돌 그룹도 함께 공연하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베트남 교포들의 반응도 좋았다. 2년 전 한국에서 이곳으로 이주했다는 윤정숙씨(42)씨는 "아이들이 한국 가수 공연을 직접 볼 수 없어 늘 안타까워 했는데 오늘 공연으로 아쉬움이 단번에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아쉬움에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2NE1이 섰던 무대는 그대로 팬들의 기념촬영장이 됐다. 투애니원 특유의 춤동작을 따라하거나 피켓을 든 채 무대 위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투애니원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공연 대기실 근처와 공연장 입구에 진을 친 팬들도 많았다.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만난 2NE1은 "팬들의 환호도 고맙고 특히 커버댄스 그룹은 너무 춤을 잘 춰서 신기했다"면서 "베트남 팬들과 공식적인 첫 만남인데 이렇게 우리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베트남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좋은 취지가 있어서 더 뜻깊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을 마친 이들은 현재 활동 중인 일본 무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날 공연 수익금 5억동(한화 약 2500만원)은 베트남 학생들의 장학 지원금으로 전액 기부됐다. 행사를 추진한 박민환 실크로드시앤티 회장은 "이번 공연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전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MK뉴스 : 201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