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베트남의 숨은 보석’ 다낭 고요한 백사장서 추억쌓기
베트남의 ‘다낭’이라는 곳은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 중 하나였다. 사실 처음 다낭을 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별 기대 없이 쌀국수나 실컷 먹고 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하니 하노이나 호찌민과는 다른 분위기에 호기심도 들고, 처음 와 본 곳이기도 해서 팀원들과 함께 호텔에서 제공하는 투어 상품을 이용해 다낭을 여행하기로 했다.
투어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다낭은 베트남 남중부 지역의 최대 상업 및 항구도시로 호찌민, 하노이, 하이퐁 다음으로 큰 도시다. 다낭에서의 체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하루 동안 두 곳 정도만 보기로 하고 호텔 차량을 이용해 성스러운 산으로 알려진 ‘오행산’과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인 ‘호이안’ 마을을 다녀왔다.
‘오행산’은 해안가의 평지에 우뚝 솟아 있는 5개 산의 총칭이다. 이 산의 또 다른 이름은 ‘마블 마운틴’으로 대리석 산이라 한다. 그중 제일 높은 산에는 동굴과 사원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여유롭게 산을 오를 시간이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에 오르니 다낭 시가지와 항만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 위에 지어진 절 주변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불상과 조각품들이 멋지게 장식돼 있었고 석회 동굴 안에도 다양한 불상들이 있어 보물찾기 하듯 돌아다녔는데 마치 고등학생 때 경주 석굴암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에서 내려오니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들과 작은 장신구들을 파는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다. 팔찌나 귀걸이 같은 작은 장식품과 불상 조각품들은 비교적 저렴해서 ‘오행산’을 마음껏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을 기념품을 사는 것으로 채우고 다음 여행지인 ‘호이안’으로 향했다.
마을 전체가 1999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인 ‘호이안’은 특히나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이곳은 일본, 중국인들이 거주했던 마을이라 중국적인 색채에 일본, 베트남 문화가 다 섞여 있는 곳이다. 200여 년이 넘는 오래된 집에서부터 역사 박물관들이 거리 곳곳에 있고 일본인들이 세운 지붕이 있는 다리인 내원교도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마치 예쁜 유럽의 옛길을 거닐 듯 지나다 커피도 마시고 예술품 가게에 들러 눈요기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 버렸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여기저기 자전거를 타고 한가롭게 구경을 하는 외국인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투어가 너무 짧았다고 아쉬워하자 호텔 차량을 운전해 준 분이 해변에 잠시 우리 일행을 내려 주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는 너무나 멋진 바다를 마주했다. 넓디넓은 해변가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누워 있고 파도는 어서 오라는 듯 유유히 내 발을 적셨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고요한 바다의 모래와 바닷물에 발목이 잡혀 시간 가는 줄 몰라 하마터면 픽업 차량을 놓칠 뻔했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 중 하나로 동양 최대의 백사장을 지닌 이곳을 그 누가 베트남 속 하와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호텔에 돌아와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꼭 와봐야겠다는 말을 했다. 볼거리도 많고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과 과일들이 즐비한 이 숨은 보석 같은 곳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대한항공 승무원(문화일보) : 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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